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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문 리버’건너간 스탠더드 팝의 큰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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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 리버’를 부른 미국의 전설적 가수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사진)가 25일 밤(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84세. 고인은 방광암으로 1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하다가 이날 미주리주 브랜슨시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고인은 1927년 아이오와주 월 레이크에서 태어났고, 여덟 살 때부터 형제 3명과 보컬그룹 ‘윌리엄 브라더스’를 결성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53년에는 솔로로 전향해 ‘캐나다의 석양’ ‘버터플라이’ 등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문 리버’가 삽입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년)은 윌리엄스에게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삶을 선사했다. 이 노래는 원래 여주인공 홀리 고라이틀리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1929~93)이 영화 속에서 처음 불렀다. 그런데 이듬해 이 노래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게 되자 아카데미 시상식 담당 연출자가 윌리엄스에게 시상식에서 이 노래를 부를 것을 요청했다. 시상식 생방송 4주를 앞두고 윌리엄스는 ‘문 리버’를 포함해 다른 영화 주제가들을 담은 음반을 녹음했다. 시상식 당일 음반이 발매됐고 다음날 아침부터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윌리엄스는 평생 “문 리버를 부르는데 질린 적이 없다”며 “멜로디는 아름답고 가사는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매끄러운 바리톤 음색의 윌리엄스는 1960년대 15장의 골드 레코드(50만 장 이상)와 3장의 플래티넘 레코드(100만 장 이상)을 기록했다. ‘캔트 겟 유즈드 투 루징 유’ ‘디어 하트’ ‘샤레이드’ 등이 히트곡이다.

 그는 ‘문 리버’의 인기를 등에 업고 62년부터 71년까지 NBC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앤디 윌리엄스 쇼’를 진행했고 에미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명MC로 거듭난 그는 크리스마스의 남자이기도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특별 쇼를 진행했다. 그의 음반 ‘잇츠 더 모스트 원더풀 타임 오브 더 이어’는 캐럴의 바이블이 됐다.

 윌리엄스는 80대에도 노래를 계속했다. 영국의 한 작가는 “윌리엄스의 목소리는 지금도 실크 란제리처럼 매끄럽다”고 평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그는 브랜슨시에 있는 문 리버 극장에서 “방광암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다”며 “데뷔 75년인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92년 윌리엄스가 세운 이 극장에는 팬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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