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취재일기

전 세계 개발자를 활용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정선언
경제부문 기자

“왜 삼성전자나 현대차는 거기서 볼 수 없는 걸까요?”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를 참관하고 돌아온 벤처기업 비섹세스의 정현욱(33) 대표는 이렇게 물었다. 이 행사는 정보기술(IT) 전문 온라인매체인 테크크런치가 매년 전 세계 개발자와 창업가들을 상대로 여는 콘퍼런스다.

 본 행사에 앞서 개발자대회가 열렸는데, 거기서 정 대표는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를 만났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결합을 주제로 소프트웨어 개발 대회를 연 것이다. 지난해엔 아이디어만 모집했지만 올핸 아예 자동차에 실제 탑재되는 스마트 기기 연동시스템까지 들고 나왔다. 드롭박스·에버노트 등 총 6개 기업이 이 같은 미니 경진대회를 열었는데, 제조업체로는 포드가 유일했다. 정 대표는 “미국 기업은 개발자들이 모이는 자리면 어디건 자리를 펴고 아이디어도 얻고 채용도 한다”며 “포드가 거기서 쓴 돈은 고작해야 몇천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열변을 토하는 정 대표를 보면서 최근 만난 삼성전자 전무 출신의 A교수가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챗온(삼성판 카카오톡)을 출시한 거 보고 저건 아닌데 싶습디다. 그냥 벤처기업이 하라고 두고, 성공한 회사랑 협력관계를 맺거나 아예 인수해 버리면 될 일이에요. 왜 A부터 Z까지 다 하려 드느냐 말입니다.”

 애플이나 구글은 전 세계 개발자가 자사 제품에 들어갈 콘텐트를 만들게 하는데, 한국 기업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내 개발자들을 데리고 모든 걸 다 하려 든다는 게 문제라는 소리다. 올 1월 최지성(61)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 미래전략실장)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콘텐트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미디어솔루션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개발자를 자사 개발자처럼 활용하는 기업과 사내 개발자 중심으로 일하는 기업이 붙으면 그 결과는 뻔하다. IT기업도 아닌데 개발자들 모이는 곳에 자리 편 포드, 그냥 넘길 장면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