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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MD 참여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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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1944년 독일 V-2 미사일의 런던 공격, 1964년 제3차 세계대전 위기까지 몰고 간 쿠바 미사일 위기, 1983년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 즉 ‘별들의 전쟁’으로 격화된 미·소 대립 등 세계는 주기적으로 미사일의 국제정치로 흔들려 왔다. 동북아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콤비플랜이 1990년대 이후 지역정세를 혼란시켜 왔다. 특히 98년의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 시험은 냉전 종식 후 식어가던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다시 불을 붙였고, 이 문제를 두고 지금 중·러와 미·일이 동북아에서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은 정권을 초월해 우리의 핵심과제가 되어 왔다. 대체로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하면서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것, 한반도에서 상호 위협을 감소시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 우리도 맞개발해 상호 억지력을 담보하는 소위 ‘공포의 균형’을 만드는 방안 등으로 압축된다. 처음 두 방안은 당장 진척이 어려운 사정임을 감안, 미사일 능력의 대응개발을 협상과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한·미가 한국의 미사일 능력 확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충분한 배경이 된다.

 우리의 미사일 정책은 변화하는 우리의 안보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추진 중인 새로운 정책선언이 미사일의 사거리, 탄두중량, 추진제 형태, 군용과 민수용 간 전환 조건 등 한국의 필요가 합리적 수준에서 충족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간에 한국은 많은 국내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맹 미국의 필요를 어지간히 들어줘 왔다. 이제 자체 방어의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한국의 사정도 미국이 들어줄 때가 됐다.

 여기서 한두 가지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우리의 미사일 능력 향상 방안으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적정 규모의 미사일 실전배치와 병행해 ‘무기화되지 않는 무기체계’에도 역점을 두는 것이다. 당장 배치하지 않더라도 여차하면 실전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 접근은 미국의 대응 요구와 주변국들의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미사일 능력 확대의 사실상 조건이 되고 있는 우리의 동북아 MD 체계 참여 문제다. 발사 후 6~7분 내에 서울에 도달할 북한 미사일을 사전에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방어 장치는 앞으로도 개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한국 내 MD 시설이 최전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땅에 미사일 탐지 레이더를 설치하면 유사시 최우선 타격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대결의 현장으로 한반도의 위험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다. 냉전시대 시베리아의 크라스노야르스크에 건설 중이던 미사일 탐지 레이더 때문에 80년대 내내 미·소가 격돌했던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

 MD 참여 시 우리는 미국의 전체 계획에 상당한 재정기여도 해야 한다. 당장 우리의 자체 작전지휘 능력 향상과 북한의 장사정포 대응 등 시급을 요하는 국방예산에도 제약을 가져온다. 어느 모로 봐도 우리 안보 자체는 물론, 한·미 동맹의 건전한 발전에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2009년 폴란드와 체코의 MD 참여가 중단되었을 때 두 나라 국민 다수는 물론,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안보 차원에서 환영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은 끝없는 딜레마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국토방어 충분성의 원칙에 따라 미사일 능력을 확충하면서 지역의 긴장 완화와 군비경쟁 억제에도 기여해야 하는 모순을 헤쳐 나가야 한다. MD 참여 조건은 우리 속담의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거래’가 될 수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