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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화학공장서 폭발 … 4명 사망, 4개교 휴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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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7일 오후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학제품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 이모(40)씨 등 4명이 숨졌다. [구미=프리랜서 공정식]

27일 오후 3시43분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한 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산이 공기 중으로 유출됐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직원 5명 가운데 이모(40)씨 등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또 인근 구미산업단지의 근로자와 주민 등 7명이 폭발로 새어 나온 유독가스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근로자 5명이 20t짜리 탱크로리에 든 불산(불화수소산)을 호스로 공장 안의 저장탱크까지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경찰은 저장탱크의 압력이 높아져 폭발했거나 호스가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날 폭발로 인해 독성 물질인 불산이 퍼져 나가자 경찰과 방재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300m 떨어진 마을의 주민 600여 명을 사고 현장에서 10㎞쯤 떨어진 산동면 백현리의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로 긴급 대피시켰다. 사고 현장 반경 700m 이내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통제했다. 인근 옥계·산동초등학교 등 4개 초·중교는 휴교를 결정했다. 또 사고 현장에서 1.5㎞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서까지 유독가스가 감지됐다. 경찰은 순찰차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했다. 관리소장 조기준씨는 “오후 8시쯤부터 타는 듯한 냄새의 뿌연 가스가 아파트에도 찼다”며 “필요할 경우 주민 대피를 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현장의 인근 공단 근로자들에게 방독면 700개를 나눠 줬다. 구미소방서와 119구조대는 소방 살수차로 사고 현장 주변의 유독가스를 중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인천에 본부가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날 오후 8시쯤 전문가들을 사고 현지로 급파해 대기측정을 실시했다.

  정종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는 “불산은 온도가 20도를 넘으면 기화해 퍼진다”며 “독성이 강한 만큼 가스가 새지 않도록 막는 작업과 함께 중화제를 써 유독 성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스가 피부에 닿을 경우 물로 씻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회사는 서울에 본사가 있으며 구미공장은 2008년 8월 문을 열었다. 전자용 화학제품과 불산·인산·황산·글리세린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불산=무색의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휘발성 액체로 독성이 강하다.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호흡을 하면 폐나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속에서 녹물을 제거하거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 데 효과가 뛰어나 물과 희석한 뒤 산업체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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