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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소송, 혁신 억누르는 결과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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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넥서스7’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이 만든 태블릿PC ‘넥서스7’이 국내 출시됐다. 에릭 슈밋(57) 구글 회장과 앤디 루빈(49) 부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직접 기기를 소개했다.

 슈밋 회장은 “이동하며 음악을 듣는 워크맨이 정보기술(IT) 혁신의 첫 번째 물결, 기기 사용을 쉽게 한 아이팟이 두 번째 물결이라면 세 번째 물결은 클라우드”라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클라우드를 완벽하게 융합한 넥서스7은 새로운 물결을 대표하는 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서스7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젤리빈(4.1)을 처음으로 탑재한 레퍼런스(기준) 태블릿PC로,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목소리로 문장을 인식하는 음성검색, 지도 서비스 구글맵스, 개인 위치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자동 제공하는 구글나우 등을 탑재했다.

 슈밋 회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스마트폰을 활성화한 나라”라며 “대학은 스마트폰으로 출석 체크를 하고, 한 학생은 버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정보를 주는 앱을 개발했고,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진료하는 대학병원도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또 “한국은 지난해 구글 앱 장터에서 다운로드 수로 전 세계 2위 국가”라며 “한국이 넥서스7로 어떤 것을 창조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를 놓고 특허소송을 벌이는 애플에 대해 “모바일 특허는 상호 중복되는 것이 많은데, 기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혁신을 억누르는 좋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은 검색 같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파트너며 특정 제조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애플 특허와 관련해서는 선행 기술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넥서스7의 국내 출시가는 29만9000원으로 60만원대(16GB 모델)인 애플 뉴아이패드나 80만원대의 삼성 갤럭시탭7.7 LTE의 절반 이하다. 루빈 부사장은 “저렴한 기기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이윤을 줄인 대신 전자책이나 영화 콘텐트로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저가 태블릿PC ‘킨들’을 내놓은 아마존의 방식과 같다. 이날 구글은 월트디즈니·소니픽처스·CJ E&M 등에서 만든 영화를 대여·판매하는 ‘구글플레이 무비’ 서비스도 국내에서 시작했다. 이달 5일 국내 문을 연 전자책 서비스 ‘구글플레이 북’에 이어 콘텐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방한한 휴고 바라 구글 안드로이드 제품 총괄부사장은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해 책이나 영화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에도 최적화된 기기”라고 말했다. 넥서스7은 28일부터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전 예약을 받으며 다음 달 중순부터 직접 살 수 있다.

 한편 슈밋 회장과 루빈 부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했다. 이들은 최지성 삼성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등과 1시간가량 만나 양사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이 애플과의 소송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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