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추적 노인 자살… 왜] 下. 홀로 사는 노인 자살률 일반 노인 3배

중앙일보

입력 2005.05.20 05:33

업데이트 2006.06.19 00:33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해 2월 서울 중랑구에서 박모(72)할아버지가 굶어 죽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자신도 노환이 심한 처지에 수년간 거동을 못하는 장애인인 장남을 돌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둘째 아들은 가출한 상태였다. 올 초에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78.여)할머니가 목숨을 끊었다. 오래전부터 중풍을 앓아왔지만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어 혼자 살던 노인(독거노인)이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883건의 노인(60세 이상 기준) 자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살자 중 독거노인이 30%에 달했다. 또 노인 자살 원인의 절반가량은 병고로 인한 것이었다.

본지는 서울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노인 자살 자료를 입수한 뒤 이를 거주형태.거주지.성.연령별 등으로 분석했다.

◆ 독거노인 자살 많았다=자살한 883명 가운데 독거노인은 206명. 가족과의 동거 유무가 파악된 693명 중 29.7%였다. 모두 가족은 있지만 함께 살지 않은 노인들이다.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시 거주 60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11만1555명)의 비율은 10.7%에 불과했다. 독거노인의 자살률이 일반 노인의 세 배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서동우 건강증진연구팀장(정신과 전문의)은 "독거노인의 경우 자식들이 찾지 않는 등 정서적 유대감도 멀어져 과거처럼 '자식들 망신시킬까봐 자살하지 못한다'는 의식도 희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인 자살자 수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많은 노원.중랑.성북구(58~68명)가 서초.강남구(18~19명)의 세 배였다.

노인 자살은 독거노인이 많은 지역, 특히 극빈층(기초생활보장대상자) 독거노인이 밀집해 사는 구에서 많이 일어났다.

성별로는 60대의 경우 7 대 3, 70대는 6 대 4의 비율로 남성 자살자가 훨씬 많았다.

연세대 의대 남윤영(정신과 전문의) 교수는 "통계적으로 남성 사별자나 이혼자들에서 자살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며 "남성 노인이 여성에 비해 가사 등 스스로를 돌보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절반이 병고 때문에=지난 3월 서울 서초구에서 주모(85)할아버지가 목숨을 끊었다. 우울증 치료를 받아오던 중 절친한 친구가 세상을 뜨자 말수가 줄고, 집 밖 외출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세상을 등진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86)가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그 역시 중증 우울증 환자였다.

노인 자살자의 원인은 각종 병고에 따른 자살이 49.5%(437건)로 절반을 차지했다. 신변 비관이 38.3%(338건), 자녀 불효 등 가정불화(4.9%), 경제난(3.7%)도 자살의 원인이었다.'조상묘의 이전'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으로 자살한 경우도 4건이 있었다.

한남대 임춘식(노인복지학) 교수는 " 노인은 병고와 경제력 상실로 인해 가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이와 함께 사회적 역할을 상실한 데 따른 무력감까지 겹치면서 노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지는 자살 행태나 방법 등을 자세히 분석했으나 이를 가급적 싣지 않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는 자살과 관련한 상세한 방법이나 자살자를 미화하는 보도를 자제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 탐사기획팀=정선구.정효식.임미진 기자 제보 =, 02-751-5644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