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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놀이로 수학 사고력 키우는 추석

중앙일보

입력

고누놀이는 공간·논리·수학적 개념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 대광초 4학년 1반 학생들이 고누놀이를 즐기고 있다.

“말이 앞을 막아 갈 수가 없어. 다시 돌아가면 안 될까.” “그럼 두 수가 밀릴 거야.” “상대 진영의 길목부터 막자. 원에서 나뉘는 지점에 말을 먼저 놔야 상대가 진입을 못해.”

19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대광초 운동장에 커다란 호박고누놀이 판이 그려졌다. 이 학교 4학년 1반 학생들과 이정 담임교사가 말이 돼 판 위에서 직접 움직이며 고누놀이를 즐겼다. 다양한 판 위에 번갈아 말을 놓아 상대편 말의 진로를 막으면 이기는 전통놀이다. 전국수학교사모임 소속인 이 교사는 “고누놀이는 창의성을 키워줘 영재수업에 활용되는 전통놀이”라며 “수학원리가 담긴 놀이를 즐기다 보면 수학적 사고력을 저절로 체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민족대명절인 한가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이 모여 스마트폰 대신 우리 전통놀이로 가족애와 수학적 사고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전략 세우는데 집중하면 학습 효과 커

고누놀이는 바둑이나 장기처럼 자기 말과 상대편 말을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며 말을 써야 한다. 이 교사는 “고누놀이를 통해 비교, 지각변별력, 수개념, 공간·논리·수학적 개념 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판에 그려진 각종 도형에서 말을 움직이기 때문에 2차원의 공간 개념 형성에 도움을 줘 주의집중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인성교육도 할 수 있다.

이 교사는 “게임을 먼저 시작한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계속 지는 사람이 있다면 게임을 먼저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호박고누놀이로 시작해 자유롭게 선을 추가해 넣음으로써 놀이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윷놀이는 확률과 경우의 수, 공간개념, 기대값 등의 원리가 담겨 있는 대표적인 수학 사고력 놀이다. 4개의 윷이 낼 수 있는 경우는 총 16가지이다. 만약 윷이 엎어지거나 뒤집히는 확률이 50%라면 도나 걸이 나올 확률은 각각 25%, 모나 윷이 나올 확률은 각각 6.25%이다. 개가 나올 확률은 37.5%이다. 시매쓰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실제 엎어지거나 뒤집히는 확률이 50%가 아니므로 도보다는 걸, 모보다는 윷이 더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윷의 생김새에 따라 다르겠지만 뒤집힐 확률이 60%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개·걸·도·윷·모의 순서로 자주 나오고, 뒤집힐 확률이 조금만 더 높아도 윷이 도보다 자주 나온다. 실제 윷놀이를 하면 말을 업을 것인지, 새로운 말을 올릴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각각의 말이 놓인 상태와 도·개·걸·윷·모가 나올 확률, 내가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른 기대값 등을 계산하면 유리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자치기는 긴 막대기(채)로 작은 막대기(알)를 쳐 멀리 보내는 놀이. 알이 떨어지면 날아간 거리를 채를 이용해 몇 배인지 재 점수를 낸다. 알을 받침대에 받치고 바닥과 떠 있는 곳을 쳐 날린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채로 거리를 재면 반올림이나 버림을 익힐 수 있다. 잰 거리가 채의 길이와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 소장은 “자치기는 공간에서의 거리(직선), 주어진 기준의 배수, 반올림(혹은 버림) 등을 배울 수 있는 전통놀이”라고 설명했다.

공기놀이는 공기알 중에서 어떻게 놓인 두알 또는 세 알을 잡아 올릴지 결정해야 한다. 거리를 재고 비교하며, 놓인 알의 거리에 따라 한 알을 얼마나 높이 올릴지 가늠하다 보면 공간 감각이 길러진다. 산가지놀이는 숫자를 표현하는 산가지 배열 방식이 있어 규칙을 따라 바꾸면 사칙연산을 배울 수 있다. 일정한 거리에서 손바닥 만한 작은 돌을 발로 차거나 던져 상대의 비석을 쓰러뜨리는 비석치기는 수 개념과 공간 개념 발달에 도움이 된다. 7개의 도형을 조합하는 칠교놀이를 하면 도형에 대한 이해와 기하학적인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 제기차기나 팽이 돌리기는 2차원 공간, 수 보존, 연속량 등을 익힐 수 있다. 이 교사는 “전통놀이를 할 때는 승패를 떠나 다양한 사고를 하며 놀이를 즐겨야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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