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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속의 나, 내 속의 하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9호 27면

가을을 맞아 피어나는 작은 풀꽃과 방 앞 화단에 피어나는 소국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의 흐름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자연과 교감하는 무수한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그윽하게 느끼고
체험한다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자연이 우주 에너지의 집합체임을 알게 된다.

삶과 믿음

전북 무주 오산의 시골 언덕배기에 살고 있는 백정기씨도 그랬다. 그는 가끔씩 언덕 위에서 주변 풍광과 어울리는 남대천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 이 속에서 우리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의 이치를 궁구하면서 체험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천부경을 비밀스럽게 취급하지만 이것은 전부가 아니라 봐요. 더 연구해서 들어가면 선도 수련의 깊은 뜻이 들어 있고 성명쌍수(性命雙修)의 길이 들어 있습니다. 천부에는 무궁한 이치가 깃들어 있어요.”

그는 바른 생각을 갖고 천부의 법을 배워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행동으로 실천해 부지런히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늘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려는 사명감인지 모른다. 사람 안에 녹아 있는 하늘의 도를 발현시키기 위해 바른 생활을 하는 것도 하늘의 도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하늘임을 체득하면 스스로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돼 있다.
“하늘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늘 마음과 관련해 바르게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바르게 살다 보면 겸손은 뒤따라 옵니다. 누구나 바르게 살면 하늘과 조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방법으로 천부경의 행동강령 7가지를 제시했다. ‘예의를 지켜라, 노력을 하여라, 정성을 다하라, 책임을 다하라, 협동을 하여라, 먼저 나서라, 나누어 주어라’ 등이다. 이러한 실천 덕목은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이 중 서너 가지만 실천해도 하늘의 도를 이해하는 것이 된다.

“하늘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하늘이 있으므로 사람의 몸속에도 하늘이 녹아 있습니다. 실천 덕목을 행하다 보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행해야 할 우주의 질서와 천지만물의 조화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릇된 욕심과 자기를 버릴 때 자기를 구하고 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 현재 이 자리가 가장 경이롭고 즐겁고 신나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어제의 그 자리가 아니고 내일의 그 자리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30대 후반부터 구도에 매진했던 그는 대둔산 석천암와 호남 지역 3대 수행터의 하나인 태고사를 비롯해 상월정골 토굴 수행에서 천부경의 참 이치를 알게 됐다. 그러다 40대에 중국으로 건너가 7년 동안 무당산·태산·아미산·숭산·오대산을 거쳐 연화산을 방문해 태극권을 바탕한 태극의 도를 몸으로 체험했다. 이곳에서 한 생각을 얻어 다시 대둔산에서 생활하다 무주에 정착하면서부터 태극의 진정한 이치가 천부경에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여기엔 어느 이인(異人)이 말한 “최치원 선생이 천부경을 각인한 묘향산의 맥이 덕유산으로 흐르고 구월산 맥은 대둔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실천한 측면이 있다.
오랜 시간 그와 대화하면서 하늘 향기를 맡았다. 가을의 은은함과는 또 다른 향기였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번 가을에는 내가있는 자리에서 또 다른 경이로움을 체험할 것을 다짐해 본다.



육관응 원불교신문 편집국장. 글쓰기·사진을 통해 명상과 알아차림을 전하고 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은 음식이야기, 자연 건강에 관심이 많다.
yuk@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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