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깨알 같은 배려로 친밀감을 느끼게 하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9호 28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특별한 골프장이 있다. 운동 후 라커룸으로 돌아오면 작은 액정화면을 통해 그곳만의 따뜻한 배려를 만날 수 있다. 라운딩을 함께 했던 캐디의 편지인데, 상투적이지 않고 철저하게 개인화된 내용이다. “강신장 고객님, 오늘 칭찬 말씀 많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고객님의 독특한 퍼팅 폼은 모든 분들에게 웃음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마지막 홀의 드라이브 샷은 완전 예술! 그 멋진 샷을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량은 짧지만 정서적인 교감을 극대화하는 그 편지 덕에 그날의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게 갈무리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곳과 나는 특별한 관계가 맺어진다.

경제,경영 트렌드 FINISH&T ④ Intimacy

미국의 유명한 고객행동심리 연구자인 스콧 매케인은 어느 날 강연을 마치고 돌아가다 앞차를 추돌해 타고 있던 렌터카가 크게 부서졌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이야기하자 상담원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다행히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차야 항상 다른 것으로 준비하면 되지만, 매케인씨는 한 분밖에 안 계시거든요!” 그 순간 렌터카 회사와 매케인 사이에는 일생 동안 지속될 감성적인 유대감이 형성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탁월한 제품과 탁월한 서비스의 시대를 지나 탁월한 경험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경험의 중심에는 바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대접해 주는 ‘친밀(親密)’이 있다. ‘친밀’은 단골을 만드는 힘이 있기에 ‘친밀은 경쟁력’이고, 그런 점에서 보면 모든 산업은 ‘친밀 산업’인 셈이다. 그래서 친밀 코드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세 가지 산업으로 구분해 트렌드를 정리해 보았다.

1. 관계형 친밀 산업: 고객과의 특별한 관계 형성이 핵심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직원들에게 ‘서비스’라는 단어를 버리라고 주문했다. 형식적인 서비스 대신 ‘관계(relation)’를 맺으라는 것이다. 가령 꽃을 들고 주문하는 고객에게 ‘오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고객은 이유를 말해 준다. 이런 쌍방향(two way) 소통을 이어 나가면 고객과 직원을 뛰어넘는 특별한 관계로 연결된다. 일본 도쿄의 다이신 백화점은 2008년부터 고령 고객이나 임신부,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고객이 부탁하면 쇼핑한 물건들을 집까지 가져다 주는 ‘행복 배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직원이 직접 고객과 대화하면서 쌓은 특별한 관계는 획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

2. 배려형 친밀 산업: 고객 자신도 몰랐던 작은 필요(micro value)를 찾아내 감동을 주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펀(fun) 서비스는 저가항공 이용고객들에게 예상치 않은 즐거움과 놀라움을 준다. 일본 MK택시는 늦은 밤 여성 고객이 하차하면 골목길을 라이트로 비춰주거나 소나기가 쏟아지면 공짜로 우산을 주는 감동을 서비스 한다. 주차 공간을 조금씩 넓힌 아파트 주차장이나 여성 운전자가 차 문을 열 때 손톱이 다치지 않도록 디자인한 자동차 등의 작은 배려도 친밀감을 넘어 고객들을 팬(fan)으로 만든다. 이처럼 진정성 있게 고객을 배려하면 놀라움과 함께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개인화 친밀 산업: 고객 한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고 1:1 맞춤을 통해 친밀함을 쌓는다. 매스 커스토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은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개인화를 실현해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나이키의 ‘나만의’ 운동화를 비롯해 나만의 선글라스, 나만의 향수, 나만의 시집 등 다양한 제품에 접목되고 있다. 또 많은 온라인 쇼핑몰·백화점 등에서 활용하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도 여기 해당한다. 고객의 관심을 분석해 책을 추천하는 미국 ‘아마존’은 이 서비스를 통해 무려 35%의 매출을 늘리고 있고, 영화를 추천해 주는 ‘넷플릭스’도 추천 성공률을 80%까지 높였다고 한다.

친밀의 핵심은 고객을 이해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데에 있다. 혜민 스님은 “나의 마음을 열고 상대방과 공감할 때, 그래서 서로가 심리적 깊은 곳에서 연결되었다고 느낄 때 행복은 온다”고 말했다. 이제 고객과의 경계선을 없애자. 그것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고 성공과 행복을 동시 상영하는 길이다. 교육자이자 사회운동가 장일순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사실을!”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