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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디자인 둘러싸고 애플 내부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 제품들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과감한 하드웨어 설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이런 디자인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 경영월간지 패스트컴퍼니 인터넷판은 11일(한국시간) 애플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둘러싼 내부 갈등 조짐에 대해 전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애플의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 제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 스퀘오모픽 디자인(Skeumorphic design)이다. 스퀘오모픽 디자인은 실제 물체의 질감, 특징 등을 모방해 소프트웨어를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은 이 같은 디자인을 각 소프트웨어에 다수 응용하고 있다. 노트 앱은 리걸패드(legal pad)를 그대로 따왔고, 포토부스(Photo Booth) 앱은 즉석사진기의 모양이다. 애플 iOS 휴먼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에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실물과 흡사할수록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작동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콧 포스톨 애플 수석부사장은 특히 이 같은 디자인을 강조한다. 이는 생전 스퀘오모픽 디자인을 중시한 고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잡스는 캘린더 앱 ‘아이캘린더(iCalendar)’를 디자인하며 자신이 타고 다니던 걸프스트림 제트기의 가죽의자 질감과 스티치를 따온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 애플 직원들은 이 같은 디자인에 대해 “끔찍하다”, “당황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애플은 최근에도 게임센터 앱에 카지노 테이블의 질감을 채택했다. iOS6를 발표하며 선보인 패스북(Passbook)도 현실의 카드와 쿠폰을 스크린에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입스 베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세상에서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의 문화가 더 이상 디지털 번역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것은 구식 패러다임이다”라고 지적했다.

애플 수석디자이너인 조나선 아이브 경도 지나치게 화려해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패스트컴퍼니가 전했다. 패스트컴퍼니는 “최근 ‘모던UI’로 자사 소프트웨어 제품의 디자인을 바꾸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발전”과 iOS6를 비교하며 “애플의 iOS와 맥 OS X의 디자인이 최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했다.

조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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