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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대론 대선 불임정당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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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11일 소집된 민주통합당 의원총회는 마치 ‘안철수 총회’처럼 진행됐다. 원래는 초·재선 의원 중심의 ‘쇄신파’ 39명이 “지도부와 소통이 안 된다”며 연판장을 돌려 소집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둘러싼 당내의 복잡미묘한 기류가 그대로 표출됐다.

 의총은 예측대로 ‘이해찬·박지원 체제’에 대한 성토가 많았는데 그 기저엔 ‘안철수 현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책임 추궁이 깔려 있었다. 초선의 김용익 의원은 “안철수는 허상일 수 있지만 ‘안철수 현상’은 실상”이라며 “이를 극복 못하면 대선을 치를 수 없다”고 진단했다. 4선의 김영환 의원도 “민주당이 불임정당이 되게 생겼다. 안철수 현상은 민주당에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민주당만 모르고 있다”며 “이런 역사적 책무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이 심각하다”고 했다. 사실상 ‘이해찬·박지원 2선 후퇴’ 요구다.

 단결하면 ‘안철수’를 정면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선 경선에서 10연승을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안 원장과 야권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졌다는 일부 여론조사가 바탕이 됐다. 안 원장과 가깝다는 초선의 김기식 의원은 “현재 트렌드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비(非)문재인 후보 쪽에 가까운 의원들은 지도부의 불공정 경선 관리를 질타했다.

 ▶노웅래 의원=지도부가 위기의식이란 게 없다. 밖에선 민주당을 수권정당이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

 ▶조경태 의원=경선 소란의 모든 책임은 지도부에 있다. 의원들을 ‘졸(卒)’로 보는 게 민주정당이냐.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김동철 의원=대선이 코앞인데 변하겠다는 말이 없다.

 ▶황주홍 의원=모든 비극의 핵심 원인은 지도부의 오만이다. 이 판국에 지도부는 낙관론을 말하는데 이게 오만 아니냐.

 지도부 옹호론도 있었다. 초선의 유대운 의원은 “지금 지도부를 흔들어서 뭘 어쩌자는 것이냐”며 “단합해도 모자랄 판이다. 후보 중심으로 혁신적 선대위를 꾸리면 된다”고 반박했다. 3선의 주승용 의원도 “불과 3개월 전 지도부를 뽑아놓고 사퇴하랄 수 있느냐”며 “후보가 전권을 갖고 선대위를 꾸리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같은 시간, 국회 기자회견장에선 당 대선 경선에서 2위를 달리는 손학규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도부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 당 경선을 2부 리그로 만들어놓고 무슨 쇄신을 입에 담느냐”며 “쇄신이라면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해찬 용도폐기’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정면돌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그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이견과 갈등을 다 해소할 수 있는 탕평 선대위를 구성해 일사불란하게 전진하면 집권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 측이 “노무현계 인사는 전면에서 제외된 ‘통합형 쇄신 선대위’를 구성하겠다”(이목희 공동선대본부장)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후보 중심의 선대위 체제 전환으로 지도부 2선 후퇴를 이끌어내고, 친노 배제를 통해 비(非)문재인 후보 측의 친노 패권주의 우려도 불식시키겠다는 뜻이다. 안 원장 때문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대표는 “당이 없는 집권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양원보·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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