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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사라진 고위간부, 알고보니 괴한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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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일 중국 베이징 중앙당교 가을 개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부주석. 이날 이후 시 부주석의 공식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차기 권력 시진핑(習近平·59) 국가부주석에 대한 테러설이 나오고 있다. 그는 1일 베이징 중앙당교 가을 개교식 행사를 끝으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시 부주석이 2일 괴한으로부터 등 뒤에서 피습을 당했다고 전했다. 맨손으로 가격당했는지, 흉기가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시 부주석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건 아니지만 거동이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6일 베이징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 부주석 등을 다쳐 팔을 들 수 없다 ”고 보도한 것과 맥이 통한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시 부주석이 수영을 하다 등을 다쳤다”고 보도했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현장에서 범인의 범행 동기와 배후세력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후를 의심하는 눈초리는 지난달 6일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로 쏠린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국가지도부와 각계 원로, 전문가들이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다. 그런데 이번 회의는 차기 지도부 구성과 보시라이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열흘도 안 돼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內蒙古) 당 서기의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놓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시 부주석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정치 보복에 대비해 후 주석이 후춘화를 후견인 삼아 상무위원 자리에 앉히려 했으나 시 부주석이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다. 당초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에게 주석 직을 넘겨주고 싶어했던 후 주석이 교통사고를 위장해 시 부주석을 공격했다는 음모설이 흘러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아니더라도 후 주석 측 인물이 계획 또는 우발적으로 시 부주석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유명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싸움이 격해지자 먼저 자리를 떴다는 후문이다. 베이다이허에 있어야 할 원 총리가 지난달 14~15일 일찌감치 저장(浙江)성 순시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이와 상통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다음 달 중하순으로 예정된 당 대회가 11월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 대회 날짜는 통상 8월께 공개됐으나 올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자 중국 측은 어떻게든 시 부주석을 10일 예정된 헬레 토닝-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면담에 등장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대신 참석했고 중국 외교부는 “시 부주석의 외부 활동 계획이 있으면 그때 발표하겠다”며 각종 의혹에 대한 답을 피했다.

 현재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시진핑의 이름을 검색하면 “관련 규정상 검색 결과의 일부만 제공한다”는 안내가 뜬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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