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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만원짜리 화장실이 바다에 '둥둥'…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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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를 타고 근처를 지나가는 어민이 이용할 수 있게 설치한 바다 화장실. [사진 경남도]

남해 바다에 공중화장실이 생겼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다. 경상남도가 최근 통영시 한산면 송도 앞바다에 화장실을 설치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남해군과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 등 9곳에 공중화장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가로 8m, 세로 10m 크기의 뗏목 위에 설치되는 공중화장실은 인근 양식장에서 작업하거나 배를 타고 근처를 지나가는 어민들을 위한 것이다. 바다화장실에는 관리원까지 배치해 수시로 청소를 하고 분뇨를 수거해 청결을 유지키로 했다.

 한 곳당 6000만원씩을 들여 바다화장실을 만들게 된 데는 절박한 사연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1일 한국산 냉동 굴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렸다. 한국산 굴을 먹은 미국인이 식중독에 걸린 사고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한국산 굴에서 사람의 대장에 번식하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가 발견됐다. 한마디로 어민들의 분변에서 나온 노로바이러스에 양식장의 굴이 오염된 것이다.

 이후 굴 수입 중단 조치는 캐나다·대만으로도 확대됐다. 이 때문에 올 한 해만 793억원의 재산 피해가 생길 지경이 됐다. 급기야 경남도는 미국 FDA가 요구한 프로그램에 따라 어민들의 분변이 바다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다화장실 설치란 아이디어를 냈다. 경남도는 또 어선 2500척에 이동식 화장실을 보급 중이다. 휴대가 가능한 수세식 변기를 보급해 어로와 굴 채취 작업 중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용물이 차면 씻어 재사용할 수 있다. 김상욱 경남도 해양수산과장은 “다음달 말 미국 FDA의 수질검사와 위생점검을 다시 받아 굴 수입 중단 조치를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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