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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기 목소리 뚜렷해져 … 소설, 일상의 팍팍함 문학으로 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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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해 13회째를 맞는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3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심사위원 김영찬·박성원·한강·김숨·김민정·권혁웅씨. [강정현 기자]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예작가를 찾기 위한 제13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3일 끝났다.

 등단을 향한 예비작가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응모자는 고등학생부터 60~70대를 망라했다. 응모작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증가했다. 올해 시 부문에는 754명, 소설 부문에는 861편, 평론 부문에는 29편이 각각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모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응모작은 각각 시 738명, 소설 838편, 평론 21편이었다.

 시 예심은 권혁웅·김민정 시인이 맡았다. 소설 예심은 소설가 김숨·박성원·한강씨와 문학평론가 김영찬씨가 했다. 심사 결과 시는 13명, 소설은 12편, 평론은 6편이 각각 본심에 올랐다. 본심을 거친 최종 당선작은 본지 창간기념일인 22일 전후 발표된다.

 ◆젊은 세대에서 희망 보여

시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전반적으로 수준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신예작가의 패기가 돋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생으로 지칭할 만한 중간 세대가 가늘어진 모양새였다.

 권혁웅씨는 “서정시부터 강력하게 자기 언어를 쓰는 시까지 응모작의 경향은 다양했다”며 “다만 70년대생의 경우 시적 가치관에 있어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앞선 세대의 경우 자신의 언어를 충실하게 간직하며 언어를 부릴 줄 아는 탄탄한 시작(詩作)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서 희망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민정씨는 “젊은 응모자들의 경우 앞선 세대의 경향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쓰고 있다”며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작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소설은 미학적 고민 부족

소설의 경우 구성력이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평이 많았다. 어려운 경제와 팍팍한 삶을 반영하듯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현실에서 겪는 삶의 곤궁함에 천착하는 작품이 많았다. 한강씨는 “학교폭력이나 실업 문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일상 속 이야기를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그리는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소재의 폭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김숨씨는 “갈수록 가팔라지는 다문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국제 결혼 등이 진지하게 다뤄졌다”고 평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응모자들의 미학적 고민이 아직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찬씨는 “일상의 문제나 사건을 어떻게 소설적 사건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이해를 키워가야 할 것 같다”고 평했다.

 박성원씨도 “대부분의 응모자가 문학적인 문장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걸러지지 않은 대화를 나열하고 있다”며 “평범한 대화를 남발하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문학성 풍부한 글로 다듬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의 과도한 사용도 예비작가들이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김영찬씨는 “소설 속 이미지는 글로 풀어져야 한다. 문장을 가다듬지 못하다 보니 이미지만 혼자 떠도는 경우가 많았다”며 “평소 다양한 독서를 하며 인문학적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권했다.

 반면 잘나가는 작가를 모방하는 경향이 옅어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됐다. 평론 분야에서는 소설 평론보다는 시 평론이 강세를 보였다.

◆중앙신인문학상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 공모전. 연초 발표하던 기존 신촌문예를 2000년부터 가을로 옮겨 운영하고 있다. 8월 한 달 동안 시·단편소설·문학평론 세 부문에 걸쳐 응모작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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