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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단련, 안정감, 뇌 자극 … 싸이 ‘말 춤’은 건강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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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주민센터 강당. 50~60대 주부 20여 명이 말을 타는 포즈를 취한다. 곧 이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이 흘러나오자 발을 바꿔가며 흥겹게 몸을 흔든다. 강남스타일 안무의 핵심인 말춤이다. 4분 여 뒤, 노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이고 힘들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3주째 강남스타일 춤을 배우고 있다는 주부 배인수(용산·49)씨는 “팔다리를 아래 위로 흔들기 때문에 다른 춤보다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런데도 재미있다. 다이어트 효과가 ‘짱’”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댄스 강사인 이옥경씨는 “다른 댄스곡과 달리 다리·팔·배 근육을 고루 사용해 유산소·근육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율동이 배우기 쉽고 코믹해 중년 남녀가 건강을 위해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효창동주민센터 스포츠댄스 강습실에서 주부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배우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칼로리 소모가 많은 인기 강습곡이다. [김수정 기자]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안무도 뜨고 있다. 노래만큼이나 춤 동작이 흥미를 끌기 때문. 나이를 뛰어넘어 사랑을 받는 것도 관심거리다. 음치·박치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4분의 4박자,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 코믹함이 인기의 ‘비결’이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은 ‘건강스타일’이다. 전문가들은 춤 동작이 코어(Core)근육을 발달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뇌를 자극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스타일의 건강학을 살펴봤다.

 강남스타일의 첫 번째 건강 키워드는 코어(중심)근육 단련이다. ‘말(馬) 춤’의 기본동작은 기마(騎馬)자세다. 말을 타듯 양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무릎을 90도 가깝게 굽힌 뒤 허리를 세운다. 태권도·검도·야구·스케이팅 등 대부분 운동의 기본자세다. 이때 자연히 허벅지 안쪽과 배·허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척추가 꼿꼿이 펴진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무릎에서 허리까지 파워존(power zone)이라고 하는데 기마자세를 취하면 이 부위 근육이 단련되면서 당뇨병·심장병·척추질환·비만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워 존의 근육은 인체에서 가장 굵고 길다.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소모된다. 몸 근육의 60~70% 정도가 파워 존에 몰려 있다. 성봉주 박사는 “당과 지방을 태워 체중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단단한 근육이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고 말했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체형 변화도 막을 수 있다는 것. 배·허리 근육이 척추를 지지하면서 디스크 탈출 가능성도 줄인다. 겅중겅중 뛰는 동작은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펌프질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며 허혈성 심장병(심장에 일시적으로 피가 모자라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하체가 굵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준다는 연구도 많은데 강남스타일은 하체 운동이 많아 이런 건강학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칼로리 소모도 상당하다. 성봉주 박사는 “천천히 걷는 말을 탈 때 1시간에 600㎉ 정도 소비된다. 말춤은 이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기는 시간당 470㎉, 걷기는 200㎉, 차차차나 자이브를 출 때 시간당 600㎉~700㎉의 열량을 소모한다.

강남스타일의 ‘말 춤’은 기마자세가 기본이다. 허리에 힘을 주고 무릎을 약간 굽힌다.

 강남스타일의 두 번째 건강 키워드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대부분 느린 리듬에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빠른 비트에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어머니 심장박동 수의 2배인 120~140(분당 박동수) 정도를 느낀다”고 말했다. 강남스타일의 비트도 123bpm(beat per minute)이다. 윤 교수는 “어른이 돼서도 빠른 음악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태아 때 어머니의 심박동 수를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가 꽤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트 때문에 강남스타일을 들으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4분의 4박자도 건강에 도움을 준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최병철 교수는 “4분의 4박자는 사람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박자”라고 말했다. 강남스타일도 빠른 비트임에도 불구하고 4분의 4박자다.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이택광 교수(문화심리평론가)는 “강남스타일의 가사는 ‘달관과 소탈’의 철학을 담고 있다.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는 대목에서 뛰는 놈과 나는 놈은 강남 사람이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대다수의 비(非)강남 사람은 그들을 넘어선 ‘뭘 좀 아는 놈’이다. 강남에 살지 않지만 난 좀 괜찮은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세 번째 건강 키워드는 뇌 건강이다.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표현예술치료학과 김나영 교수는 “말춤은 치매 예방에 좋다. 말춤을 추려면 발과 손의 움직임이 적절하게 협응(協應)해야 한다. 이렇게 머리와 손·발이 협응하는 과정에서 대뇌세포가 활성화 된다. 실제 치매치료에 말춤과 같은 동작치료를 많이 활용한다”라고 말했다.

 말춤은 자존감도 높인다. 김나영 교수는 “말춤의 기마자세에선 인체의 중심이 단전(丹田)이다. 배꼽을 중심으로 허리·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척추가 곧게 펴진다. 무용치료에서 자존감을 높이는 치료를 할 때 단전을 중심에 놓는 동작을 한다”고 말했다.

 말춤의 상하수직 운동(겅충 겅충 뛰는 동작) 역시 무용치료에선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표 동작이다. 김 교수는 “‘단전에 힘을 준 채 수직운동을 할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성취욕이 고취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왕따 학생 등에게 이 동작치료를 하면 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강남스타일의 춤·노래를 따라하다 보면 사지근육과 대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해 대뇌 각 영역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인에겐 치매 예방, 아이에겐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온 가족이 국민체조처럼 따라 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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