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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털어놓을 친구 만들고 사색하며 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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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직장인 1만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 평균 점수는 낙제점인 50점에 불과했다. 이는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직장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어 스스로 스트레스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약화시켜 두통·어깨결림·성기능장애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김수정 기자]

스트레스가 뱃살·이명·암까지 유발

먼저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성인병과 직결된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인 뱃살도 스트레스 탓이다. 평소보다 더 먹지도 않았는데 뱃살이 는다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몸은 단순해서 전쟁 상황이 아니면 평화 상태라고 인식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전쟁 상태라고 인식한다. 언제 먹을 게 끊길지 몰라 무조건 배에 저장한다.

 폭식 또한 비만의 뇌관이다. 계속되는 업무는 뇌의 감성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식욕중추는 위의 포만과 정신의 포만이 동시에 충족됐을 때 배가 부르다고 느낀다. 감성 영역이 고갈되면 위에 음식이 꽉 차도 계속 먹을 걸 찾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증상도 나타난다. 눈이 침침해지고 귀에 소리가 들리며, 온몸이 결린다. 혈압도 올라간다. 윤대현 교수는 “해외논문에 의하면 1차진료(동네병원 진료)를 찾는 환자의 5분의 2는 실제 질병이 있다기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생긴 경우”라고 말했다. 통증과도 관련이 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고경봉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통증을 다스리는 방어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이라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면역력도 약해진다. 고경봉 교수는 “스트레스가 몇 주 이상 지속되면 천연 통증약인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평소엔 무시됐던 작은 통증도 다 느껴진다. 조그만 소리까지 귀에 거슬린다. 이명의 많은 부분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성 스위치 끄고 감성 에너지 충족시켜야

직장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최근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LG CNS는 전문 심리상담사들을 고용해 직원당 1~2시간에 걸친 무료 상담을 해 주고 있다. 삼성·현대중공업·SK 등에서도 최근 사내 심리치료센터를 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결국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최고의 스트레스 예방법은 감성 에너지를 보충하라는 것이다.

 윤대현 교수는 “뇌가 100이라면 이성적 영역이 50, 감성적 영역이 50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성적 영역을 키우고 감성 영역을 갉아먹는다. 이성적 영역이 적정 범위 이상 넘어서면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시간 날 때마다 감성 영역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첫 번째는 ‘친구와의 교감’이다. 딱 한 명이라도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를 만들라는 것. 윤대현 교수는 “타인과 공감할 때 가장 강력한 감성적 에너지가 생긴다”며 “정 친구가 없다면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감성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사색하며 걷기다. 윤 교수는 “거리의 풀·나무·건물 등을 보며 ‘참 예쁘다’,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하고 생각하며 감성적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며 “이때 ‘저 건물은 얼마일까’ 등의 이성적 스위치는 꺼야 한다”고 말했다. 걷거나 뛰는 운동도 대뇌의 감성영역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세 번째는 예술활동이다. 그림 그리기·노래부르기·춤추기 등 자신의 이성 스위치를 잠시 끄고 몰두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찾으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전문 그림치료·노래치료·무용치료도 받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어린 사람과 친구가 되라는 것. 윤 교수는 “봉사는 강력한 감성 에너지 공급원”이라며 “어린 친구에게 멘토가 돼 봉사하는 것도 감성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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