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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차단, 멸균, 수십가지 검사 통과해야 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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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 의약품은? 1897년 개발된 동화약품의 소화제 ‘활명수(活命水)’다. 우리나라 최장수 의약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임금을 측근에서 보필하는 무관 민병호 선생이 궁중비방(宮中·方)에 서양의학을 접목해 만들었다. 당시 ‘생명을 살리는 물’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활명수는 연간 1억 병이 생산되고, 1초에 3병이 판매된다. 19세기에 개발된 활명수가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21세기까지 국민 소화제로 뿌리 내린 비결은 뭘까. 올해 출시 115주년을 맞은 활명수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충북 충주 동화약품 공장의 ‘까스활명수-큐’ 생산라인. 자동화시스템으로 병 세척, 내용물 충진, 캡핑(capping)이 한 번에 끝난다.

지문인식기 통과해야 출입 가능

지난 3일 오후 2시 충북 충주 동화약품 공장. 2009년 완공된 이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인 KGMP인증을 획득했다. 총면적 8만25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동화약품 조진성 공장장은 “모든 의약품 생산과정을 컴퓨터로 관리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선 알약·주사제·액제·연고제 등을 생산한다.

 활명수는 까스활명수-큐·활명수·까스활 세 종류가 나온다. 이날 돌아본 생산라인은 판매량이 가장 많은 까스활명수-큐. 미세먼지 발생을 막는 무진복을 입어야 출입이 허용됐다. 생산지원담당 원유식 이사는 “활명수의 원료를 만드는 곳이어서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며 “공기 1ft³당 0.5㎛ 크기의 미세먼지 수가 10만 개 이하로 관리되는 청정구역”이라고 말했다. 1ft는 30.48㎝다.

 처음 찾은 곳은 2층 생약 추출실. 활명수는 아선약·육계·정향·진피 등 11가지 한약재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이다. 아선약은 설사, 육계는 소화, 정향은 정장, 진피는 구토에 효능이 있다. 약국마케팅부 안병욱 과장은 “한 가지 성분이 효과를 내지 않고 11가지 성분이 복합돼야 소화제로서 효능이 있다”고 말했다.

 생약 추출실은 ‘비밀구역’이다. 동화약품에서 지문인식기를 통과해 이곳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직원은 10명뿐이다. 생약성분 추출 노하우가 녹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지름 약 1m, 높이 2m의 추출 탱크 20개가 있다. 동화약품 공장 생산1부 박금수 부장은 “중금속 오염, 농약 잔류검사 등 이화학검사를 통과한 안전한 한약재에서 5일 동안 유효성분을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멸균처리를 마친 활명수병에 라벨을 붙인 후 내용물에 이물질이 있거나 병이 깨지지 않았는지 검사한다.

방부제 넣지 않아 뜨거운 물로 멸균

추출된 11가지 생약성분은 파이프를 타고 조제실로 넘어간다. 살균·여과 장치가 달린 탱크에서 혼합된다. 박금수 부장은 “탱크 내부는 자동세척장치 시스템인 CIP(Clean in place)로 1시간 동안 이물질 하나 없이 세척·건조된다”고 말했다.

 잘 혼합된 생약성분은 충진실에서 병에 담긴다. 이곳에선 모노블록(Monoblock) 시스템에 따라 세 가지 공정이 한 번에 이뤄진다. 생약성분을 담는 병 세척, 병에 생약성분을 담는 충진, 병 입구를 뚜껑으로 막는 캡핑(capping)이다.

모든 공정을 마친 ‘까스활명수-큐’는 박스에 포장돼 물류창고로 보내진다. 창고에서 한 번 더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제품이 출고된다.

 원유식 이사는 “세 가지 공정이 일원화 돼 생약성분이 공기에 노출돼 오염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충진실 오른쪽 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 빈 병이 큰 원통형 기계에 빨려 들어가면 세척·충진·캡핑이 순식간에 끝난다.

 75mL가 채워져 뚜껑이 씌워진 활명수 병 뚜껑에 레이저가 쏘여졌다. 뚜껑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뜨거운 물로 소독하는 멸균실로 가기 위한 관문이다. 하루 생산되는 까스활명수-큐 중 뚜껑이 없는 제품은 1~2개에 불과하다. 멸균실은 약 55~90도에 이르는 6단계로 구성됐다. 박금수 부장은 “활명수는 방부제 같은 보존제를 하나도 넣지 않는다. 또 만의 하나 살아 있을 균을 없애기 위해 뜨거운 물로 후살균하는 과학적인 공정”이라고 말했다.

출고 전 20여 가지 항목 검사

멸균실을 빠져 나와 따뜻해진 까스활명수-큐는 전신검사를 받는다. 이물질 혼입과 병의 불량 여부, 뚜껑 이상, 용량 등을 컴퓨터로 세밀하게 분석한다. 문제가 있는 제품은 높은 압력의 공기총을 쏴 옆으로 빼낸다. 오후 3시까지 생산된 16만1955개 까스활명수-큐 중 불량은 908개였다.

 문제점 ‘0’로 판명 받은 활명수는 이제야 제품 라벨을 붙인다. 10병 들이 작은 상자에 담긴 활명수는 물류창고로 옮겨진다. 하지만 제품이 출고되려면 최종 관문을 하나 더 통과해야 한다.

 품질관리(QC)팀에서 무작위로 샘플을 채취해 진행하는 20여 가지 검사항목을 통과해야 출고 명령이 떨어진다.

 동화약품 공장에서 생산되는 까스활명수-큐는 초당 20병, 분당 1200병이다. 하루 8시간 기준 50만 병을 만든다. 원유식 이사는 “세계에서 분당 1200병의 드링크 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은 우리와 일본뿐”이라며 “연 1억 병의 까스활명수-큐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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