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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인용 텐트치기' 성공 뒤 "사실…" 깜짝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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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일 혼자서 군용 24인 텐트 설치에 도전한 이광낙(29)씨가 성공 후 텐트에 올라가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벌레! 벌레!” 지난 8일 오후 서울 신월동 신원초등학교 운동장. 3100명의 군중이 이광낙(29)씨의 인터넷 아이디를 외쳤다. 그가 대형 텐트의 중간 기둥 역할을 하는 용마루를 막 세우려는 순간이었다. 그는 결국 200㎏이 넘는 24인용 군용 텐트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해머 하나만 갖고 일을 끝냈다. 이씨는 곧장 텐트 위로 올라가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이씨가 이 작업을 하게 된 발단은 지난달 30일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SLR클럽’에 ‘Lv.7벌레’라는 닉네임으로 “혼자 2시간 안에 24인용 텐트를 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다. 많은 네티즌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그를 비난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힘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씨는 “24인용 텐트를 구해오면 직접 증명하겠다. 성공하면 50만원을 받고, 실패하면 텐트 값을 물어준다”는 내기를 제안했다. 그는 8년간 군 생활을 한 뒤 육군 부사관으로 제대했다.

 댓글 싸움으로 끝날 법했는데, 한 광고대행사가 텐트 지원을 약속하면서 상황이 커졌다. 네티즌은 행사 이름을 ‘T24(24인용 텐트)’로 짓고 운영위원회까지 조직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기획된 행사였기 때문에 사상 첫 ‘소셜 축제’로 불리기도 했다. 큰 관심을 끌자 기업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다. 연예인 남희석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벌레가 성공하면 호텔 스위트룸 숙박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씨는 당초 약속(2시간)보다 이른 1시간30분 만에 텐트를 설치했다. 그것도 거의 일을 다 끝낸 뒤 30분 동안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부리면서다. 온라인 중계를 통해 200만 명이 그의 도전을 지켜봤다고 한다. 국방부는 곧 트위터에 “24인용 텐트를 혼자 치는 것은 가능”이라며 ‘오류’를 시정했다. 이씨는 9일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실제로 혼자 24인용 텐트를 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 수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들 너무 부정적이어서 오기로 해냈다”면서 “내가 성공했다는 것보다 모두가 축제처럼 즐기고 뒷정리까지 자원했다는 점이 기뻤다”고 덧붙였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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