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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개막 때 향토 오페라 ‘청라언덕’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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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이 다음달 10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다. 이는 중구 동산동 동산의료원 동쪽 언덕길(청라언덕)의 선교사 사택 등을 무대로 대구 출신의 음악가 박태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청라언덕 출연진이 선교사 사택을 배경으로 작품 홍보용 포스터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축제 조직위원회]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대구 출신의 작곡가 박태준(1901∼86)이 곡을 짓고 노산 이은상(1903∼82)이 노랫말을 붙인 가곡 ‘동무생각’이다.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은 대구시 중구 동산동의 동산의료원 동쪽 언덕길이다. 푸른(靑·청) 담쟁이덩굴(蘿·라)이 있는 언덕이란 뜻이다. 박태준은 이곳을 지나 서쪽에 있는 계성학교(현 계성고)에 다녔다. 언덕길 아래에는 신명여학교(현 신명고)가 있었다. 박태준은 등하굣길에 만나던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이후 고교 교사로 근무하던 박태준은 동료 교사였던 이은상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은상이 이를 노랫말로 쓴 뒤 박태준에게 곡을 짓도록 했다. 노랫말의 백합은 그가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의미한다. 동산 언덕길에는 지금도 담쟁이덩굴이 무성하다. 동산의료원과 대구 중구청은 2009년 6월 이곳에 ‘동무생각’ 노래비를 세웠다.

 이런 내용이 오페라로 꾸며져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1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리는 제1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서다. ‘청라언덕’이란 작품으로 대본은 최현묵 대구 수성아트피아 관장이, 곡은 작곡가 김성재가 맡았다. 오페라는 대학생인 박태준과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현실과 달리 여학생이 병을 앓다 죽는 슬픈 스토리다. 두 명의 박태준이 무대에 등장한다. 한쪽은 사랑을 노래하는 20대의 박태준이, 다른 쪽은 젊은 날을 회상하는 60대의 그가 나온다. 김성빈 국제오페라축제집행위원장은 “오페라축제 10주년을 맞아 대구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오페라축제에는 청라언덕 외에 4곡이 주요 작품으로 소개된다. 폴란드 브로츠와프국립오페라극장, 독일 카를스루에국립국장 등 14개 국가의 출연·제작진이 참가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다. 이는 국내 초연으로 원어로 공연된다. 바그너의 작품은 난이도가 높아 국내에서 6회만 공연됐다고 한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눈길을 끈다. 개막을 한 달여 앞둔 11일 오전 11시에는 ‘미리 보는 오페라축제’가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예고편을 보여주는 행사다. 15일 오후 7시30분에는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오페라 아리아·팝·재즈·영화음악 등을 들려주는 야외콘서트가, 10월 5일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신영옥 콘서트가 이어진다. 또 주요 공연 전 야외광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미니음악회, 오페라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투어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시가 만든 국내 최초의 오페라축제로 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함께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행사다. 오페라 전용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 2003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국내외 오페라단과 오페라극장이 참가해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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