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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영암 미술관서 만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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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 영암에 문을 연 하미술관. 아버지가 영암 출신인 재일동포 하정웅씨가 기증한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영암군]

9일 오전 전남 영암군 군서면 하미술관. 백발의 노년 남성이 소년과 함께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러시아 태생 프랑스 화가인 마르크 샤갈의 ‘연인들의 꽃다발’이란 판화 작품이었다. 정기춘(65·영암읍 동무리)씨는 “도시에나 있는 미술관이 우리 지역에 문을 열었다고 해서 손주와 함께 왔는데 좋은 그림이 많은 것 같다”며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시골에서도 값진 그림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남 농촌지역에도 문화의 향기가 퍼지고 있다. 영암과 진도 등에 미술관과 문화재전수관 등이 속속 문을 연 것이다.

 영암군은 지난 3일 6017㎡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하미술관을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재일동포 하정웅(74)씨가 수집한 미술작품 2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기획 전시실과 수장고 등을 갖춘 1종 미술관이다.

 하미술관은 개관을 기념해 ‘그리운 고향전(故鄕展)’을 열어 일본에서 활동 중인 동포 작가의 작품과 서양 화가의 작품 등 150여 점을 소개하고 있다. 샤갈의 판화 ‘연인들의 꽃다발’과 호안 미로의 ‘SERIEⅢ’ 등은 전남 지역에서 처음 전시한다. 일본의 인간 국보인 이치하시 도시코의 ‘동소인형’과 영친왕비인 이방자 여사의 작품 ‘만리강산’도 내년 2월 28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학예연구사인 임희성씨는 “하정웅 선생이 일제에 의해 희생된 한국인의 위령(慰靈)과 진혼(鎭魂), 망향(望鄕) 등을 생각하며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문화자원으로 활용해 지역민들의 미술교육과 정서 함양의 장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의 전통 무형문화 계승을 담당할 무형문화재전수관도 지난달 21일 개관했다. 진도읍 동외리 3300㎡에 들어선 전수관에는 상설 공연장과 종합연습실·강당·식당·게스트룸 등을 갖췄다.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인 강강술래와 남도들노래·진도씻김굿·진도다시래기 등 10종의 기·예능 보유 예술가들이 기·예능을 전수한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전수관은 무형문화재 예술가들이 우리 전통예술의 역량과 의지를 담아내는 창조적인 마당”이라며 “진도군립예술단의 남도잡가와 강강술래·소포걸군농악 공연도 수시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문화예술재단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8일 개강했다. 12월까지 15주 동안 남악신도시에 있는 전남여성플라자 등 전남 곳곳에서 열린다. 초등학교 4~6년 학생 60명이 음악·연극·영상·미술·인문학 등 5가지 장르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현장 탐방·체험도 한다. 김명원 전남문화예술재단 사무처장은 “토요문화학교는 경험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 개인의 잠재적인 역량을 발굴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예술교육의 시간”이라며 “청소년들의 문화적인 감수성과 창의력 배양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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