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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차·휘발유 … 매출 온통 ‘마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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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그린북(Green Book)’에 실린 경제지표가 하락세 일색이다. 그린북은 기획재정부가 매월 경제를 정리해 내는 책인데 책 표지 색깔이 녹색이다. 겉은 그린(녹색)인데 내용은 온통 경고등 불빛인 레드(붉은색)인 셈이다.

 9일 그린북에 따르면 내수는 실종 상태다. 8월 백화점 판매액은 지난해 8월보다 6.1% 줄었다. 석 달째 하락세다. 백화점 매출이 석 달 연속으로 준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백화점보다 일상적 소비가 더 반영되는 할인점의 전년 동월비 매출액(8월 -3.5%)은 5개월째 마이너스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동반 하락한 게 석 달째인데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냉방기 구매를 늘릴 법도 했던 올여름 폭염도, 할인점의 휴일 영업 재개도 소비자 지갑을 열지 못한 것이다.

 손님이 없는 건 유통업체만의 일은 아니다. 내수 종합지표라 할 수 있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금 대신 카드를 쓰는 소비자가 늘면서 33개월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온 카드 승인액이 한 자릿수가 된 것이다. 8월 증가율은 3년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새 물건을 안 살 뿐만 아니라 있는 것도 잘 안 쓰는 현상도 나타났다. 자동차 운행이 대표적이다. 8월 휘발유 소비량은 1년 전보다 2.1% 줄었다. 7월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다. 있는 차도 안 탈 판에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리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8월 국산 자동차의 내수 판매량은 8만6072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비 24.9%나 줄어든 것으로, 세계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09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자동차는 수출 실적도 확 나빠졌다. 8월 자동차 수출은 16만4805대로 전년 동월비 23.6% 감소했다. 36개월 만에 최저 실적이다. 현대자동차의 부분 파업에 따른 여파를 감안해도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이런 소비 부진 현상은 주력 소비계층인 40, 50대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64.1%, 50대의 62.5%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빚을 내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주택 구입 자금 마련(60.4%)’이었다. 대한상의는 “40대 이상은 자녀 교육비, 주택 관련 부채 상환, 조기 은퇴 등으로 소비와 저축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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