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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男, '월세 540만원' 12억짜리 원룸샀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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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Q서울 강동구에 사는 박모(55)씨. 중학교 교사로 전업주부인 부인과 사이에 아들 둘이 있다. 첫째는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했고 둘째는 대학생이다. 모아놓은 자산은 부채를 빼고 5억원 정도다. 한 달 소득은 월급과 월세수입을 합쳐 1000만원가까이 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이자로 빠져나가는 등 빚에 허덕이고 있다. 몇 년 전 은퇴 후 임대료 수입 확보 차원에서 12억원짜리 원룸 건물을 구입하면서 은행돈을 9억원이나 끌어다 쓴 게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노후준비는커녕 생활도 힘들다며 상담을 구했다.

A노후준비 수단으로 원룸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다. 매달 꼬박꼬박 현금흐름이 생겨 마치 현역 시절 월급 타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잘만 하면 시세차익까지 투자의 짜릿함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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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익형 부동산이라고 무턱대고 덤벼들어선 곤란하다. 수요가 워낙 많아 위치만 좋으면 투자가 크게 불리하진 않겠지만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건 유의해야 한다. 수익률이 연 6~7%는 돼야 기회비용을 뽑을 수 있는데, 이게 쉽지 않다. 세금이나 유지보수비 등 제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만약 빚을 얻어 산 경우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박씨네는 직업이 안정적인 교사인데 노후에 쓸 사학연금도 확보해 두고 있어 겉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빚이 자산의 60%나 되는 기형적 구조다. 그 빚도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성부채다. 이를 털고 가지 않으면 안정적 노후생활은 없다.

 ◆임대료 수입이 제비용 감당 못해=원룸 구입에 사용된 은행 대출금에 대한 이자가 월 500만원이 넘는다. 주택관리와 재산세 등을 포함하면 지출 부담이 월 657만원에 달한다. 임대소득이 540만원에 불과해 수익은 고사하고 매달 100만원 이상 까먹고 있는 셈이다.

물론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은 지 6년이 지나면서 유지보수 시기가 다가와 관리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씨는 원룸 건물을 과감히 처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치와 임대료가 오를 수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있는 데다 은퇴하게 되면 수입이 줄면서 가계상황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 시일 내 원룸 건물을 매각해 대출금을 갚고 지출을 줄여 수지를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후 연금 월 300만원 확보=원룸 건물을 처분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면 약 1억원 내외의 현금자산이 확보된다. 둘째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필요한 학자금은 3000만원 정도다. 나머지 7000만원은 원금보장형 투자상품에 주기적으로 투자해 5~6년 후 예상되는 첫째 자녀의 결혼비용으로 준비하기 바란다. 원룸 건물 처분에 따라 절약되는 건물 관리비용으로 월 120만원의 추가 저축이 가능하다. 박씨가 은퇴를 앞둔 50대 후반이라는 것을 감안해 이 자산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월 적금 30만원과 합친 100만원은 적금으로, 월 50만원은 적립식 펀드로 운용한다면 퇴직 시점에 1억원의 현금이 만들어진다. 이 중 8000만원은 둘째 자녀의 결혼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박씨는 퇴직 시 연금외 퇴직일시금으로 3000만원을 수령하게 되므로 앞서 잔여금액 2000만원을 더하면 여유자금 5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돈을 생계형저축이나 세금우대저축으로 안전하게 관리하기 바란다.

 박씨 부부의 노후생활비는 든든하게 마련되어 있다. 월 240만원의 퇴직연금과 추가로 가입한 연금보험, 그리고 부인이 가입한 국민연금까지 합하면 노후에 월 300만원을 수령할 수 있어 생활비로 부족함이 없다. 다만 4년 전부터 부인이 불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을 불입해야 수급자격이 생긴다. 남편이 은퇴한 이후에도 1년간 충실히 불입하길 권한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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