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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7명 콩나물 기르며 시작 이젠 520명의 신나는 일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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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인 일자리사업을 주관하는 춘천시니어클럽 참기름사업단이 운영하는 우리기름방앗간. 이 공장에는 30명의 노인이 3교대로 근무하며 참기름과 들기름, 고춧가루를 생산해 판매한다.

지난달 31일 춘천시 후평동 우리기름방앗간. 20㎡ 정도의 방앗간에서 10명의 노인이 바쁘게 일손을 놀렸다. 들깨를 깨끗이 씻은 뒤 어느 정도 물기가 빠지자 볶는 작업이 진행됐다. 기름은 볶는 정도에 따라 맛이 좌우되는 까닭에 방앗간 베테랑인 정정자(72)씨가 이 작업 과정을 맡았다. 볶은 깨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 기름을 짜는 기계로 옮겨졌다. 방앗간 유일의 남성인 김주용(78)씨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계를 조작한 지 3분여 만에 기름이 흘러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여성 노인들이 기름을 식혀 ‘우리들기름’ 상표의 병에 담는 것으로 공정을 마무리했다.

 우리기름방앗간은 노인 일자리사업을 주관하는 춘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사업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30명의 노인이 하루에 10명씩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씩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한 달에 20만원을 받는다. 자신의 월급을 모아 냉장고를 샀다는 성금재(78·여)씨는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장은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근 다녀가 눈길을 끌었다.

 춘천지역 노인 일자리사업이 10주년을 맞았다. 2002년 11월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아 시작한 사업은 현재 17개 분야에 520여 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춘천 노인 일자리사업의 원조는 2003년 12월 춘천시 동면 만천리에 문을 연 콩나물공장. 7명의 노인이 쥐눈이콩을 원료로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콩나물을 길러 내놨다. 이 콩나물은 2005년 무농약 인증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문량이 늘자 공장은 시설과 생산량을 늘렸고 노인도 더 고용했다. 당시만 해도 노인 일거리라야 아파트 경비원이나 폐휴지를 줍는 일 등이 고작이었다.

 콩나물로 시작된 노인 일자리사업은 2005년 두부공장 설립으로 확대됐다. 2006년에는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사업 지원 대상으로 확정돼 석사동에 노인들이 운영하는 아름다운식당, 후평동에 아기천사알뜰매장, 근화동에 우리콩청국장사업단을 출범시켰다. 2007년 우리참기름사업단과 도시락 전문식당인 맛드림반찬사업단이 설립되는 등 현재 9개의 시장형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3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시장형 사업단에는 170여 명의 노인이 일하고 있다.

 이외에 춘천시 등의 지원으로 폐식용유를 수거해 재활용 비누를 만드는 EM비누사업단, 자전거도로 주변 청소 등을 담당하는 자전거도로 지킴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을 방문해 말벗 등을 해 주는 노노케어 등 8개의 공익 및 복지형 사업단은 350여 명의 노인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춘천시니어클럽 이경희 실장은 “노인 일자리사업이 많이 성장했지만 시장형 사업의 경우 아직 완전히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물론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지역 노인 일자리사업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춘천시니어클럽은 3일 오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1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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