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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디펜시브팀 선정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디펜시브 퍼스트팀은 최고의 수비수인가, 수비도 잘하는 최고의 선수인가'

플레이오프 열기가 한창인 요즘, 며칠전 NBA사무국에서는 올시즌 All-NBA Defensive 퍼스트팀과 세컨드팀을 발표했다. 다음은 수상의 영광을 안은 선수들의 명단이다.

◆ 퍼스트팀

포워드 : 팀 던컨 (샌 앤토니오 스퍼스)
포워드 : 케빈 가넷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센터 : 디켐베 무텀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가드 : 게리 페이튼 (시애틀 슈퍼소닉스)
가드 : 제이슨 키드 (피닉스 선즈)

◆ 세컨드팀

포워드 : 브루스 보웬 (마이애미 히트)
포워드 : 피제이 브라운 (샬럿 호네츠)
센터 : 섀킬 오닐 (LA 레이커스)
가드 : 덕 크리스티 (세크라멘토 킹스)
가드 : 코비 브라이언트 (LA 레이커스)

여기서 퍼스트팀과 세컨드팀의 명단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퍼스트팀서 무텀보를 제외한 4명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공격력도 최상급인 선수들이고, 세컨드팀에서 오닐과 코비를 제외한 3명의 선수들은 뛰어난 수비에 비해 공격력은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수비만을 보고 선정해야 하는 수비팀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과연 00-01시즌에만 국한되는 우연인가? NBA 관련사이트에서 85년부터 현재까지의 수상자들을 모두 살펴본 결과, 00-01 시즌의 현상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퍼스트팀에 선정된 선수들은 대부분 스타급 선수들이고, 세컨드팀에는 몇몇 스타들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공격보다는 뛰어난 수비수로서 인정을 받는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공격력까지 뛰어난 수퍼스타급 선수들은 수비에서도 최고를 달리고, 상대적으로 수비에만 치중하는 선수들은 세컨드팀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무슨 기준으로 선정을 하길래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의심스럽다. 지명도가 높은 선수들이 수비도 최고라고는 확신할 수 없는데 말이다. 혹시, 일정 공격력이 되지 않는 선수들은 관습으로 굳어진 '무언의 규칙'에 의해 세컨드팀으로 밀리는 것은 아닌가?

위 표에서 특히 99-00시즌의 경우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에디 존스를 밀어내고, 처음으로 수비팀에 뽑힌 코비 브라이언트가 퍼스트팀에 선정된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NBA측이 인기만회를 위한 젊은 스타 밀어주기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에디 존스는 예전부터 가드중에선 수비 잘하기로 소문난 선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즌에도 이미 세컨드팀에 선정된 바 있었다.

물론, 코비 브라이언트의 수비가 1년 사이에 급격히 좋아져서 에디 존스를 밀어낸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별다른 객관적인 기록에 대한 의존없이 단지 각팀 감독들의 투표에 따라 결정되는 현 방식을 생각할 때, 코비와 에디중 누가 더 뛰어난 수비수인지를 확실히 구분할 근거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위에서 언급한대로 선정이 어렵다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수비팀과 마찬가지로 퍼스트, 세컨드, 서드팀까지 구분하는 All-NBA Team과 비교해보면 그 답안은 확실히 나온다.

All-NBA Team의 경우, 개인성적, 팀성적과 팀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해서 투표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개인성적이나 팀성적은 눈에 보이는 기록을 통해, 절대적이진 않지만 판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객관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퍼스트, 세컨드, 서드팀을 나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비의 경우는 어떤가? 개인기록을 따질 때, 수비와 관련된 카테고리는 스틸과 블록샷뿐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가 수비의 전부는 아니다. 절대적인 자료는커녕 선정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올시즌 세컨드팀에 선정된 브루스 보웬(1.01 spg, 0.65bpg)와 P.J. 브라운(0.98spg 1.15bpg)의 경우, 1대1 수비에 있어서는 최고의 능력을 보이는 선수들이지만, 스틸과 블록샷수치는 그리 뛰어난 수준이 못된다.

반면, 공격력은 최고지만, 아직도 1대1수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는 빈스 카터의 경우, 1.52spg, 1.09bpg로 저들보다 좋은 수치를 보인다. 비단, 빈스 카터뿐 아니라, 트레이시 맥그래디(1.51spg, 1.53bpg)와 숀 매리언(1.67spg, 1.37bpg)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것은 수비팀의 선정에 있어서, 객관적인 자료는 거의 배제된 채, 감독들의 보는 눈에 모든 것이 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서두에 언급했던 스타급 선수들의 퍼스트팀 독식현상은 이렇게 볼 수 있다.

선정자들은 아무래도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수비만을 평가할때는 '수비 잘하는 선수' 까지만 추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이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 해도, 디펜시브 퍼스트팀이란 걸출한 상에는 아무래도 스타급 선수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같은 상황에서 등급을 나누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수비팀 선정이 스타급 선수들의 품위유지를 위한 상이라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채 수비력 하나로 NBA에서 버텨오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진정 수비만을 평가하는 상이라면, 1, 2위라는 등급없이 2팀 이상을 뽑는 다거나 포지션별로 구분하여 많은 선수를 선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비팀의 선정자인 감독들도 지명도에 흔들리지 말고 최대한 객관적인 마음가짐으로 투표를 해야할 것이다. 수비팀은 '수비를 잘하는 선수'를 뽑는 상이지, '수비도 잘하는 선수'를 뽑는 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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