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둑] 이세돌·박정환 압박하는 중국 ‘90후 군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왼쪽부터 이세돌, 박정환, 리친청, 판팅위.

한국 바둑이 바이링(百靈)배의 참패를 삼성화재배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세계 바둑의 주도권이 최근 한국에서 중국 쪽으로 급속히 넘어가는 가운데 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3억원의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이 다음 달 4일 베이징에서 개막된다. 삼성화재배에서도 일단 중국의 강세가 예상된다. 32강전인 본선 1회전에서 한국이 12명인 데 비해 중국은 와일드카드(녜웨이핑 9단)를 포함해 무려 17명이고, 일본은 3명이다. 예선 결승에서 강력한 신예를 앞세운 중국은 한국을 7승1패로 압도했고 그 결과 본선 출전 숫자가 주최국인 한국보다 많아졌다.

 32강전이 삼성화재배만의 독특한 방식인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지는 것도 중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예상이다.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란 4명 중 2명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1패를 당해도 기회가 있다. 강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상한 현실’이 하나 있다. 중국의 강세 속에서도 우승후보 1순위로는 여전히 한국의 이세돌·박정환이 꼽힌다는 점이다. 이세돌 9단은 올해 세계대회 성적이 울고 싶을 정도다. 비씨카드배에서는 당이페이에게 졌고(32강전), LG배에선 스웨에게 졌다(16강전). 응씨배는 판팅위(16강전), 바이링배는 장웨이제에게 졌다(32강전). 모두 까마득한 후배들이다. 최근엔 부인과 딸이 캐나다로 ‘조기 유학’을 떠나 불과 만 29세에 기러기 아빠가 됐다. 하나 이런 불안정 속에서도 이세돌의 잠재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를 악문 이세돌은 훨씬 강해질 것이고, 그 무대가 삼성화재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정환 9단도 23일 바이링배 8강전에서 중국의 저우루이양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바이링배 4강은 모두 중국 기사로 채워졌다. 4강 중 한 명은 98년생인 셰얼하오 초단. 중국 바둑이 무섭게 느껴지는 건 바로 무명 신예들이 정상급과 비슷한 실력을 보인다는 점인데, 그 영역이 98년생까지 넓어졌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다. 하나 박정환 9단도 이제 겨우 19세다. 너무 빨리 한국 랭킹 1위까지 올라 잠시 호흡을 조절하고 있지만, 그가 조만간 세계바둑을 석권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원성진 9단이 구리 9단을 꺾고 우승했다. 17세 신예 나현 2단은 4강까지 올라갔다. 백홍석 9단은 올해 비씨카드배에서 홀로 분전하며 우승컵을 따냈다. 이들 외에 세계대회 우승자인 최철한 9단, 강동윤 9단이 있고 진시영·한웅규·안국현·유창혁(시니어조)·최정(여자조)까지 12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은 전통의 강자인 구리·셰허·천야오예 등의 이름이 앞에 보이지만 이들보다는 오히려 본선 무대를 대거 장악한 ‘90 후’들이 더 부담스러운 존재들이다. 장웨이제(91년), 당이페이(94년), 스웨(91년), 저우허시(92년), 탕웨이싱(93년), 펑리야오(92년), 리밍(93년), 중원징(90년), 퉈자시(91년), 판팅위(96년), 미위팅(96년)에다 본선 최연소자인 14세 리친청(98년)까지 90년 이후 출생자들이 12명이나 된다. ※( )안은 출생연도.

박치문 전문기자

◆‘90후’란?=90년 이후 출생한 기사를 지칭하는 중국 용어다. 처음엔 신예 기사를 총칭하는 용어였으나 ‘90후’들이 정상에 오르거나 정상급과 대등한 실력을 보이면서 95년 이후 출생 기사를 가리키는 ‘95후’란 용어가 새로 생겼다. 중국 최연소 타이틀 기록(14세)을 세운 양딩신, 바이링배 4강 셰얼하오, 삼성화재배 본선에 오른 리친청, 판팅위, 미위팅 등이 ‘95후’에 속한다.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