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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수정 한 번에 500만원 … 불임 부부는 더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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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내발산동 강서미즈메디병원 아이드림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서울 강동구의 박가인(38·여·가명)씨는 결혼 5년 만에 아이가 생겨 임신 9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자궁에 정자를 주입하는 인공수정을 세 번, 시험관 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 시술을 두 번 시도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인공수정을 시도할 때는 직장에 다닐 때라 하루 두 번 화장실에서 과배란 유도 주사를 직접 놨다.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 진단도 받았지만 착상이 잘 안 될까 봐 떼지 못했다. 결국 남편(40)과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면 임신을 더 미룰 수는 없어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1년 후 임신에 성공했다. 박씨는 “몸이 힘든 건 물론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 서러웠다”고 말했다.

 아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불임·난임 부부가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 난임 환자는 2007년 14만1750명에서 지난해 15만3046명으로, 남성은 2만7183명에서 3만9932명으로 증가했다. 반복된 유산으로 고통 받는 여성도 매년 3000명이 넘는다.

 이유를 모르는 난임(難妊)도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9년 조사)에 따르면 난임의 3분의 1 이상이 원인을 찾지 못한다. 치료에 평균 1.78년, 비용은 317만원이 든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절반 이상(55.3%)이 임신에 실패한다.

 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 치료비 일부를 지원한다. 인공수정은 1회에 50만원까지 세 번, 체외 수정은 180만원까지 네 번(네 번째는 10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 이하(2인 가구 기준 527만원)로 제한된다. 체외수정 비용이 400만~5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를 정부가 대준다. 환자가 매번 200만~300만원을 낸다. 3~4회 만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부담이 더 늘어난다. 서울 강서구 강서미즈메디 병원 산부인과 정다정 과장은 “비용 부담 때문에 불임 치료를 망설이는 부부가 많다”며 “정부에서 획일적으로 4차까지 지원하는 것보다 환자 1인당 총액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쓰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방에 있는 부부들은 치료할 병원도 마땅치 않다. 강원도에 사는 엄모(37)씨 부부는 서울의 산부인과에 올 때마다 하루 장사를 접는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한지은 교수는 “정부 지원이 불임치료 벽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인구보건복지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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