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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꼬박 걸려 모았다 한국 고시조 4만6000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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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시조 대전』을 펴낸 김흥규 고려대 교수와 그의 연구팀. 앉은 이 왼쪽부터 장정수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하 민연) 연구교수, 신경숙 한성대 교수, 김흥규 교수, 김승우 민연 HK 연구교수. 서 있는 이 왼쪽부터 하윤섭 민연 선임연구원, 신성환·조은별·윤지아 민연 연구원. [사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역대 최대 규모의 고시조 자료집 『고시조 대전(古時調大全)』이 나왔다. 김흥규(65) 고려대 국문과 교수가 42세 때이던 1990년 착수, 23년 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15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79년 교수직에 임용된 그는 교직 생활 3분의 2를 여기에 매달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옛 시조 4만6000여 수와 관련 정보를 수합했고,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작업까지 마쳤다. 고시조 정보를 종합 검색하는 일종의 ‘고시조 사전’인데, 14세기 후반(고려 말)부터 1910년까지의 시조를 망라한다. 『고시조 문헌 해제』도 함께 내놨다. 23년 동안 50여 명의 연구원이 함께했다.

 김 교수는 오랜 짐을 내려놓으며 “홀가분하고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79년 교수가 돼 고전 시가 과목을 가르친 지 10년이 지날 무렵, 포괄적인 자료집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작업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80년대 후반 비교적 일찍 컴퓨터에 입문해 데이터베이스 작업까지 하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느껴요.”

 국내 최초의 시조집은 1782년 김천택이 펴낸 『청구영언』이다. 그 이후엔 20세기 중반 이후 나온다. 『시조문학 사전』(정병욱·1966), 『역대시조전서』(심재완·1972), 『한국시조대사전』(박을수·1991)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도 학계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책으로는 『역대시조전서』가 꼽히는데, 이번에 나온 『고시조 대전』은 『역대시조전서』보다 규모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역대시조전서』 이후 40년 만에 나온 성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지난 40년간 학계에서 새롭게 연구된 자료를 보충했고, 또 김 교수가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연구원들과 함께 전국의 장서가를 수소문해 찾아낸 내용도 취합했다. 『고금가곡』(원본)과 『시가곡』(권순회본) 등은 그렇게 발품 팔아 수집한 자료들이다.

 김 교수는 시조에 대한 선입견을 지적했다. “고시조라고 하면 유교 충효 윤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초·중·고 교과서에 실린 몇 편의 작품을 보며 형성된 선입견입니다. 윤리적 시도 많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시상의 폭과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심원하고 고상한 것에서부터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과 충동의 차원까지 포괄합니다. 다양한 인간 경험과 사회상이 들어있기 때문에 4만6000여 수의 고시조는 조선시대 문화사의 보고입니다.”

 김 교수를 대표저자로 하여 그의 제자인 이형대(고려대 국문과)·이상원(조선대 국문과)·김용찬(순천대 국어교육과)·권순회(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신경숙(한성대 한국어문학부)·박규홍(경일대 인문계열자율전공)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발간. 18만원. 9월 7일 오후 4시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학술발표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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