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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장애로 매매 타이밍 놓쳤을 때 실제 손실 있으면 배상 받을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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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태풍 볼라벤이 당초 우려보다는 덜한 피해를 남기고 한국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기록적인 강풍 탓에 전국적으로 192만8000호가 정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 전기 공급이 이뤄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만약 정전 때문에 마음먹은 시간에 주식거래를 못해 손해를 봤다면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 혹은 잠깐 동안의 전산장애 때문에 거래가 지연돼 원하는 가격에 매매를 못했다면 차액을 배상받을 수 있는 걸까.

 숱한 분쟁 가운데 어떤 경우에 배상을 받을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엔 받을 수 없는지를 법무법인 화우 이명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유형별로 정리했다.

 ①전산장애로 원하는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배상 ○=올 초 투자자 A씨는 MTS를 이용해 B사 주식을 3635원에 팔려고 했다. 그러나 MTS 장애로 매도 타이밍을 놓쳐 결국 3480원에 팔았다. A씨는 차액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팀은 주당 차액 155원을 전액 인정해 A씨가 매도한 수량만큼을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이유는 A씨가 매매하려던 시간에 실제로 해당 금융사 MTS의 장애가 있었고, 장애 복구 직후에 곧바로 다시 주식을 팔려는 시도를 해서 매도 의사를 확실하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②잘못된 전산상 정보로 손해를 본 경우? 배상 ○=투자자 C씨는 평소 관심종목에 지정해둔 종목이 거래하는 HTS 화면에 신용가능종목으로 표시(종목 이름 왼쪽에 녹색으로 ‘신’자 표시)되자 갖고 있던 주식 257주를 팔았다. 현금으로 산 주식을 팔아 신용으로 되사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재매수하려고 보니 이 종목은 신용불가종목이라 살 수가 없었다. C씨는 257주를 불필요하게 팔았다며 5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거래소 분쟁조정팀은 요구액의 절반만 인정했다.

 ③원하는 투자를 못해 아예 투자기회를 놓친 경우? 배상 X=투자자 D씨는 야간옵션시장 거래시스템 전산장애로 아예 주문을 내지 못했다. 그는 투자기회를 놓쳐 벌 수 있는 돈을 벌지 못한 데 따른 위자료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투자자가 실제로 손해를 봤는지가 핵심”이라며 “아무 손해가 없는데 단순히 기회상실만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건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④태풍으로 인한 정전으로 거래를 못한 경우? 배상 X=태풍 때문에 HTS 거래 도중 갑자기 정전이 돼 거래를 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엔 전혀 배상받지 못한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천재지변이나 전쟁·테러 등으로 발생한 정전·화재가 발생한 경우 금융사의 면책 또는 감경 사유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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