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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이어 돈 공천 의혹 … 박지원, 네 가지 수사 중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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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4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숙 라디오21 방송총괄본부장이 28일 새벽 서울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입 주위의 반창고는 점 빼는 시술을 받은 뒤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통합민주당 돈 공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지난 4·11 총선 공천 대가로 오갔다는 40억8000만원의 행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성향의 인터넷 방송국인 ‘라디오 21’의 방송총괄본부장 양경숙(51·여·구속)씨가 돈을 받은 혐의로, 서울 강서구청 산하기관장 이모(55)씨와 F사 대표 정모(52)씨, H세무법인 대표 이모(57)씨 등 3명이 돈을 건넨 혐의로 28일 동시에 구속되면서 사건의 윤곽은 확인됐다. 하지만 이씨 등이 검찰 조사에서 “4·11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양씨 말을 믿고 줬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양씨는 “공천 대가가 아니라 투자금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40억원의 사용처가 밝혀지면 공천뇌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사에서 검찰은 양씨가 총선 전에 정씨에게서 12억원, H세무법인 대표 이씨에게서 18억원, 산하기관장 이씨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10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양씨는 이 돈을 5개의 계좌를 통해 받아 관리했다. 이 돈은 총선 전에 모두 인출돼 계좌엔 잔고가 없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흐름을 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초 양씨가 산하기관장 이씨에게서 17억원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면서 나머지 6억2000만원이 현금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현금 이동 여부를 밝혀달라고 자료 분석을 요청했다.

 일단 검찰은 세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양씨가 자신의 ‘라디오21’과 홍보 관련사 투자금 등 개인적으로 빼돌렸을 가능성과 총선을 주관한 특정 실세 인사에게 전달했을 가능성, 일부는 자신이 쓰고 나머지를 민주당에 공천을 위한 자금으로 냈을 가능성 등이다. 양씨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특정인에 대해 경고를 한 것과 총선 이후 안철수 지지자로 변신한 것으로 볼 때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못 미쳤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주고받은 금품 액수가 1인당 10억원이 넘는 거액인 점에 비춰 공천 대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배달 사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하기관장 이씨 등으로터 “양씨가 박지원(70) 원내대표 이름을 대며 공천을 약속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박 원내대표가 양씨와 이씨 등 4명과 총선 전에 한두 차례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그가 양씨와 올 들어 3000통이 넘는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28일 확인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양씨와 산하기관장 이씨, 정씨 등 3명은 박 원내대표에게 500만원씩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 측은 “후원금을 받고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공천과 관련한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번 돈 공천 의혹사건 수사에서도 박 원내대표가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애초부터 그가 최종 타깃 아니었느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들로부터 5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수사 중인 것으로 드러난 목포지역 중소선박제조업체인 고려조선의 횡령 사건에서도 박 원내대표가 주요 수사대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고 시기를 조율하던 터여서 이번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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