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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실리콘밸리 vs 월가 ‘쩐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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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쟁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 가운데 한 명만이 11월 6일 웃을 수 있다. 그만큼 두 후보의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마침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도 크지 않다. 선거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머니 레이스(선거자금 모금 경쟁)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최근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이달 21일까지 두 진영의 선거자금 모금 자료를 보면 오바마가 한 발 앞서 달리고 있다. 3억4841만 달러(약 3837억원) 대 1억9337만 달러(약 2185억원). 오바마가 롬니보다 1억5500만 달러나 더 거둬들였다.

 로이터통신은 “‘더 많은 돈을 모은 후보가 이긴다’는 속설이 맞는다면 11월 선거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미 선관위가 밝힌 금액은 후보 진영이 직접 조달한 것일 따름이다. 외곽 지지세력 등이 모금한 돈까지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달 24일 현재 오바마와 롬니의 ‘직·간접 모금 총액’은 5억8770만 달러 대 5억2400만 달러였다.

 NYT는 “오바마가 6300만 달러 정도 더 많다”며 “이는 오바마 승리를 예측할 만큼 큰 차액이 아니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롬니는 모금한 돈 가운데 1억2900만 달러를 아직 쓰지 않고 비축해 놓았다. 이는 오바마의 8500만 달러보다 4400만 달러 정도 많다. 롬니가 선거 막판에 공세적으로 TV 광고전을 펼칠 여력이 큰 셈이다. 다급해진 오바마는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띄워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미국 경제계의 양대 세력인 월가와 실리콘밸리는 지난 대선(2008년)과는 달리 서로 확연히 갈려 다른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골드먼삭스·JP모건 등 거대 금융그룹들은 롬니 쪽에 줄을 섰다. 롬니의 고액 후원자 순위 1~8위가 대형 금융회사들이었다. 지난 선거 때 이들은 오바마 편이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오바마를 적극 돕고 있다. 미 IT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후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은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간접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월가가 오바마에게 등을 돌리고 롬니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 월가 사람들이 사모펀드를 설립·운영해본 롬니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을 긴축하고 달러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롬니의 경제정책 방향이 월가의 이익과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오바마의 월가 비판과 금융규제 강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바마가 월가를 금융위기 주범으로 공격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데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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