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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보다 남부지방, 비보다 강풍 피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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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 동강 난 화물선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8일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 선적 7만 7458t급 석탄운반선이 경남 사천 연안에서 좌초돼 두 동강나 있다. [사진 통영해양경찰서]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 곳곳에 상처를 남긴 채 28일 오후 4시쯤 북한 옹진반도로 상륙했다. 볼라벤은 이날 오전 6시16분 전남 완도에서 초속 51.8m(시속 186.5㎞)의 순간 최대 풍속을 기록해 2003년 매미(초속 60m) 등에 이어 역대 5위의 위력을 보였다.

 피해는 전라·충청 지역에 집중됐다. 강풍에 휩쓸린 행인 등 내국인 10명이 숨지고 중국인 선원 15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전남 완도의 전복 양식장 10곳에서는 시설물이 파괴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태풍이 서해상으로 북상한 덕분에 서울 등 내륙에서는 예상보다 피해가 작았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볼라벤의 영향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제14호 태풍 덴빈(TEMBIN)이 서해를 향해 북상 중이어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벽돌 날벼락 맞은 차 28일 오전 전남 완도읍 한 건물의 외벽이 강풍으로 무너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파손 돼 있다. 이날 완도에는 초속 51.8m의 강풍이 불었다. [완도=연합뉴스]

 ◆인명 앗아간 강풍=볼라벤 피해는 비보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인명 피해도 강풍에 휩쓸려 숨진 경우였다. 오전 11시10분쯤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파트 경비원 박모(48)씨가 강풍에 날린 컨테이너박스에 깔려 숨졌다. 오전 10시쯤에는 임실군 성수면 신촌리 30번 국도에서 5t 화물트럭을 운전 중이던 범모(50)씨가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치우려다가 또 다른 나무에 깔려 숨졌다. 광주광역시 서구 유덕동의 한 주택에서는 임모(89)씨가 무너진 지붕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강풍으로 높은 파도가 일면서 해상과 섬 지역의 피해도 줄을 이었다. 오전 6시5분쯤 경남 사천시 신수도 인근 해상에 닻을 내리고 정박 중이던 제주선적 석탄운반선 퍼시픽 캐리어호(7만7458t)가 파도와 강풍에 떠밀리면서 수심 4~5m의 해안가에 좌초된 뒤 중앙부가 완전히 끊어지면서 선수·선미 두 부분으로 두 동강 났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 18명은 조타실·선실 등으로 대피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인 전남 신안군 가거도와 인근 만재도는 0시40분쯤부터 일반전화와 휴대전화, 인터넷이 모두 두절됐다. 완도군에서도 청산도·노화도·보길도 등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김포와 제주, 김해공항은 이날 하루 동안 국제선 150여 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국내선은 전면 결항하다 밤늦게 운항을 재개했다. 철도는 전 구간에서 정상 운행했지만 공항철도는 마곡대교와 영종대교 등 일부 구간에서 서행했다. 강풍으로 인천대교는 낮 12시22분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또 전국적으로 2000여 대의 차량이 폭우에 침수되거나 강풍으로 파손됐다.

주저앉은 정자 전북 정읍시 상평동 향지마을 앞 정자 건물이 28일 강풍으로 무너져 있다. 이날 정읍은 최대 풍속이 초속 22m를 기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정읍=뉴시스]

 ◆정이품송도 수난=충북에서는 천연기념물의 피해가 잇따랐다. 수령 600여 년인 보은군 속리산의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이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커다란 가지(지름 18㎝, 길이 4.5m)가 부러졌다. 보은군은 나무전문가를 불러 환부를 도려내고 썩지 않도록 방부 처리했다. 정이품송은 2000년대 들어 연이은 태풍과 폭설에 지름 15㎝ 안팎의 가지 두 개와 잔가지 여러 개가 부러졌다. 2007년에는 서쪽 방향의 큰 가지가 돌풍에 부러지면서 대칭을 이루던 좌우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충북 괴산의 왕소나무(王松·천연기념물 제290호)는 강풍에 뿌리째 뽑혔다. 수령 600여 년인 왕소나무는 높이 12.5m, 둘레가 4.7m에 이르는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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