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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코끼리, 인도 민·관 포럼 띄운 서울대 동기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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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5월 영월의 폐교에 세운 인도미술박물관 나무조각상 앞에 선 백좌흠 교수(왼쪽)와 박여송 관장 부부. [사진 인도미술박물관]
이준규

강원도 영월에 인도를 연구하는 포럼이 발족했다. 산·관·학 협의체 성격의 ‘영월인도포럼’이다. 어떻게 강원도 영월에서, 그것도 산업계와 학계, 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인도 포럼이 만들어졌을까. 서울대 ‘72학번’ 동기생 세 명의 의기투합 덕분이다. 구심점은 이준규(58) 신임 주인도 대사다.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도 대사 임명장을 받은 이준규 대사는 바로 영월로 향했다. 백좌흠(58) 경상대(법학과) 교수와 박여송(58) 인도미술박물관장 부부가 만든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대사와 백 교수는 서울대 법대 동창이며, 박 관장은 같은 대학 미대 출신. 모두 72학번이다.

 졸업 후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걷는 듯 했다. 외교관이 된 이 대사의 근무지는 인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 관장은 우표디자인을 했고, 백 교수는 법사회학을 전공했다. 그러다 백 교수 부부는 일찍 인도로 ‘통’했다. 1980년대 초 박 관장은 늘 자신을 사로잡던 인도 미술과 공예를 배우러, 백 교수는 지역사례 연구 차 인도로 떠나면서다. 부부는 그후 30년을 인도에 빠졌다. 지난 5월엔 영월의 한 폐교를 개조해 인도미술박물관을 열었다. 인도를 여행하며 모은 소장품 1000여 점을 전시했다. 안드라프라데시 지방의 칼람카리 회화, 서벵골의 두루마리 그림, 인도 각지의 힌두신상 등을 보기 위해 전국서 1000여 명이 찾았다. 개관 2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외교안보연구원(현 국립외교원)장 자격으로 인도를 방문한 뒤 인도에 매료된 이 대사는 지난 6월 인도 대사 내정을 통보받자마자 가끔씩 소식을 주고 받던 백 교수 부부에게 연락했다. 한·인도 협력을 위해 힘을 모아보자는 뜻도 전달했다. 곧바로 부부의 ‘30년 인도 네트워크’가 가동됐다. 백 교수가 추진하던 포럼도 속도를 냈다.

이날 행사엔 한국·인도 관계 발전에 목말라 하던 인도 전문가 20여 명이 모였다. 이 대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김광로 초기 LG전자 인도 법인장,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 라윤도 건양대 교수 등 경제계·학계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이 대사에게 당부도 했다. 백 교수는 “세계 인구의 6분의 1(12억) 인구의 인도는 가능성의 나라”라며 “두 나라의 산·관·학이 협력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라윤도 교수는 “올해 델리대학에 입학한 한국 고교생도 47명이나 된다”며 “질주하는 코끼리, 인도의 샘이 영월에서 터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월인도포럼은 분기별로 인도 관련 학술세미나를 열고, 한국정부의 대 인도 외교정책 제언, 인도 투자기업에 대한 조언, 인도 후진지역 주민에 대한 봉사활동 등을 할 계획이다. 주한 인도대사 비슈누 프라카시도 초청할 계획이다.

이 대사는 “40년 지기 동창이 연결해준 인연으로 대 인도 외교를 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됐다”며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체결을 계기로 교역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인도가 한국을 응원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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