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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국내 ‘스마트 머니’ 세계 채권펀드로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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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저금리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스마트 머니’가 세계(글로벌) 채권펀드로 몰리고 있다. 안전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2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 채권펀드(사모 포함)에는 1조14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말 3조7300억원이던 설정액이 22일에는 4조8700억원으로 불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에는 8000억원에 그쳤으나 3년 만에 다섯 배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펀드에서 5000억원, 해외 주식펀드에서 2조56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자가 나라 밖 채권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 건 국내 금리가 워낙 낮아져서다. 요즘 3년짜리 국고채는 2.8% 안팎에 거래된다. 은행 금리는 3%대다. 세금 떼고 물가 오른 것 차감하면 남는 게 없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압구정 WMC 부장은 “해외 채권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나고 비교적 안전해 자산가를 중심으로 월 지급식 글로벌 채권펀드를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월 지급식으로 가입하면 금융 소득 발생 시기가 분산돼,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우리보다 앞서 초저금리 시대를 겪은 일본에서는 1990년대 이후 월 지급식 선진국 국채펀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며 “한국도 저금리가 계속된다면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했다.

 유럽 위기 영향으로 안전자산에 돈이 몰려 채권값이 오르면서 수익률도 좋다. 연초 이후 글로벌 채권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86%로, 국내 주식형(3.64%)이나 해외 주식형(4.61%) 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오래 묻어둘 때의 수익률도 생각보다 괜찮다. 10년간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신흥국 채권 투자 수익률은 262%로 같은 기간의 코스피지수 상승률(180%)보다 높았다.

 개인 투자자는 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채권펀드를 찾는다. 해외에서 이미 운용되는 펀드를 재간접으로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다.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자산운용의 ‘AB글로벌고수익’(월 지급식 포함)이다. 22일 기준 순자산 1조1700억원, 연초 이후 1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블랙록 자산운용의 ‘미국달러하이일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 프랭클린템플턴의 ‘월지급글로벌’ 등에 각각 올 들어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법인전용글로벌다이나믹분기배당’에는 올 들어 8000억원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에 따르면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아 돈이 넘치는 보험사가 이 펀드의 주요 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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