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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세 번째 불, 부산 지하철 1호선 사고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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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산지하철 대티역에서 일어난 객차 화재사고(본지 8월 28일자 20면)는 집전장치인 팬터그래프 절연애자가 노후화돼 전기선이 끊어진 게 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교통공사는 사고 현장에서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교통공사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1호선 전 열차의 팬터그래프와 주변 기기에 대한 일제점검에 들어갔다. 절연애자는 전동차 객차와 팬터그래프를 분리시켜 전기가 선로로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1985년에 건설돼 일부 설비와 부품이 노후화한 상태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티역의 화재 대피 시스템이 허술해 자칫 대형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승강장이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데다 안전시설까지 허술하기 때문이다. 대티역 승강장은 지하 27m 깊이여서 부산도시철도 중 만덕역(66m)과 수영역(35m·이상 3호선)에 이어 세 번째로 깊다. 계단을 내려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0m를 내려가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화재 발생 당시처럼 연기가 가득하고 정전까지 되면 젊은 사람도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노약자나 장애인은 화재가 발생하면 탈출이 어려운 구조다. 대티역에도 휠체어리프트가 있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동휠체어는 이용할 수 없다. 실제로 사고 당시 휠체어를 탄 70대 할아버지는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노인은 대학생 고모(24·한국해양대)씨가 업고 구출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화재 진압을 담당했던 박은주 사하소방서 주임은 “사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승강장에 추가 탈출시설이나 대피시설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교통공사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에 비치된 공기호흡기와 방독면도 무용지물이다. 공기호흡기 8개 중 절반이 지하 1·2층에 있어 승강장(지하 5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승강장에 설치된 나머지 4개도 승강장 양끝에 있어 비상상황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고씨는 “평소 이 역을 자주 이용하지만 연기가 나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니까 당황해 공기호흡기가 어디 있는지 살펴볼 틈이 없었다”며 “평상시에 공기호흡기 관련 안내방송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승강장에 비치된 방독면 97개도 공기정화통이 세균 등을 걸러내는 화생방용이어서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를 제거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욱 부경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화생방용 방독면은 일산화탄소나 이산화황을 제거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부산교통공사 홍보과장은 “유독가스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정화통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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