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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목 앞두고 고급영화 대거 개봉

중앙일보

입력

할리우드의 여름은 우리나라의 현충일 격인 5월 28일 메모리얼 데이(전몰장병기념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블록버스터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츰 앞당겨져왔다.

98년 「딥 임팩트」, 99년 「미이라」, 2000년 「글래디에이터」가 모두 메모리얼 데이에 앞서 개봉돼 톡톡한 시장선점 효과를 거뒀고 올해도 「미이라2」가 5월 4일 선보여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충무로의 여름 역시 각급학교의 방학보다 훨씬 일찍 시작한다. 올해도 「진주만」과 「미이라2」가 각각 다음달 1일과 16일로 개봉일을 잡아놓았고 「툼레이더」 「물랭루즈」는 6월 30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할리우드 대작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한 5월이 되겠지만 다양한 '알짜'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오히려 요즘이 최적기다. 극장주들이 여름 대목을 맞기 전에 개봉을 약속한 영화들을 틀어주느라 1주일이 멀다 하고 간판이 바뀔 만큼 개봉작들이 넘쳐나고 있다.

19일에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웨딩 플래너」 「3000마일」 「교도소 월드컵」 「웨어 더 머니 이즈」 「엑소시스트」 「진저 스냅」 「첫사랑」이 무더기로 선을 보이고 「썸머타임」 「고해」 「투발루」 「야드비가의 베개」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파인딩 포레스터」 「섬원 라이크 유」 등이 26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같은 폭발력은 없지만 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은 수작도 많고 국내외 거장과 신예들의 신작들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어 마니아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웬만한 눈썰미가 아니고서는 개봉작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또 어쩌다 입소문을 통해 괜찮은 영화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극장을 찾아도 이내 다른 영화로 바뀌어 있기 십상이다.

공포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엑소시스트」는 지난 73년 개봉했던 영화를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원래 의도대로 재편집한 것. 온갖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해 소름을 돋게 만드는 요즘 공포영화와 달리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마성을 일깨우며 뼛속까지 으스스하게 만든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은 전쟁영화.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를 놓고 벌인 소련군과 독일군의 처절한 공방전을 무대로 두 저격수의 1인전쟁을 그렸다.

강도영화 「웨어 더 머니 이즈」에서는 폴 뉴먼의 노익장을 만날 수 있고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던 「야드비가의 베개」와 「투발루」도 모처럼 고급관객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작품으로 꼽힌다.

역사 교과서 왜곡파동을 의식해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영화도 상륙을 재개한다. 「아드레날린 드라이브」는 전주영화제에서 관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신나는 코믹액션물이며 「첫사랑」은 여배우 다나카 레나의 청순한 매력이 돋보이는 멜로물.

한국영화도 여름 대목 이전의 마지막 틈새시장을 겨냥해 3편을 내세우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가수 김지현의 농염한 매력을 보려면 「썸머타임」을, 한바탕 신나게 웃고 싶은 사람은 「교도소월드컵」을, 귀여운 바람둥이' 윤다훈의 연기 변신이 궁금하면 「고해」를 볼 것을 권한다.(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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