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릇을 판매하는 숍이 있다. 서울시 창작문화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38호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최주희씨는 한 사람을 위한 ‘맞춤 그릇’을 만든다. 색깔은 물론이고 굽이 뻗어나간 각도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나에게 맞춰진 그릇은 더욱 매력적이다.
‘맞춤 그릇? 매장에 가면 예쁘고 좋은 그릇이 많은데 굳이 맞추기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맞춤 그릇만의 매력에 빠져 수고로움을 마다 않는 사람들도 있다. 최주희씨는 맞춤 그릇의 장점이 희소성과 경제성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접시의 굽 높이와 기울기는 물론이고 물레성형 자국을 살리는 부분, 미묘한 색의 차이까지.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자신이 원하는 그릇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맞춤 그릇은 일정 수량 이상을 맞추게 되면 비용이 오히려 저렴해진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중국 경덕진에서 유학한 후 돌아온 최씨는 창작활동에 전념하던 중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친오빠의 의뢰로 맞춤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빠가 인테리어 공사 중인 카페에 어울릴만한 식기류가 필요했던 것.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제작한 그릇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 작품이 아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맞춤 그릇 주문이 이어졌다.
그릇을 맞추려면 먼저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만족스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방에 오기 전에 원하는 스타일과 함께 그릇의 색, 크기, 개수 등도 정한다. 비슷한 스타일의 그릇 사진 혹은 이미지를 가져와도 도움이 된다.
최씨는 “이미 제작된 그릇을 보면서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며 “크기나 장식 등 디테일한 부분을 조정하면서 원하는 스타일을 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문한 스타일이 최씨의 기존 작업 스타일과 다를 경우는 샘플을 먼저 만들어보기도 한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그만의 노하우다.
상담이 끝나고 성형-건조-초벌-시유-재벌 등의 총 제작 기간은 수량과 작업 난이도에 따라 다르나 대략 3주 정도 걸린다. 비용은 물레를 돌려 만든 18cm 접시 기준으로 2만5000원부터 시작하고, 무늬와 채색이 들어가면 더 비싸진다. 맞춤 했을 경우 수량이 많을수록 가격은 저렴해진다.
현재 최씨는 신혼부부의 혼수용 그릇을 제작 중이다. 물레를 돌려 만든 백자스타일의 심플한 30cm의 큰 접시 6개, 샐러드 볼 3개, 국수볼 4개 그리고 딸기 넝쿨을 새겨 넣은 청화백자의 그림접시 2개를 세트를 주문 받았다. 최씨는 “앞으로 그릇은 물론이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맞춤 컨설팅을 할 계획”이라며 “액세서리와 벽장식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당창작아케이드 내 ‘38호 공방’을 찾으면 최씨에게 맞춤 그릇을 주문할 수 있다. 오는 12월에코엑스에서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도 그의 그릇을 만날 수 있다.
▶ 문의=010-2030-0487
그 밖의 맞춤 그릇 제작 공방
꾸미룸 공방 - 원하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새겨 넣어주고 선물용 그릇과 기념품 제작도 가능하다. 전화나 인터넷으로도 주문할 수 있고, 1~3주의 제작기간이 걸린다. 체험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www.reem.co.kr, 070-8127-0204
수레질 공방 - 도예가 라필주 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으로 청화백자, 백자, 질그릇 등 다양한 맞춤 그릇을 생산한다. 제작 기간이 한 달 정도 소요 되고, 가격은 일반 브랜드와 비슷하다. 라씨는 “이메일?전화 상담도 받지만 방문 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cafe.naver.com/surejil 010-4605-5252
k래빗 포슬린 아뜰리에 - 유럽에서 사랑받는 포슬린 도자기를 주문제작하는 공방. 글귀와 사물, 동물, 인물 초상화까지 그려 넣을 수 있고 제작 기간은 2주정도 소요된다. 이가 나간 그릇이나 칠이 벗겨진 그릇 수리도 한다. www.foselin.com 010-9094-7683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