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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내는 기업이 행복? ... 행복한 기업이 이익 낸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5호 22면

직원 24명의 소프트웨어업체 제니퍼소프트는 근무환경 개선의 위력을 요즘 톡톡히 실감한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에 있는 사옥에는 수영장과 북카페·텃밭을 마련했다. 출근 오전 10시, 퇴근 오후 6시다. 사무실에 붙들어 매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그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만발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렇게 ‘느슨한’ 경영을 하는데도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고 올해 30% 넘는 성장을 기대한다.

조영탁의 행복경영 이야기

2010년 미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15위에 오른 재포스. 좋은 기업문화는 리더가 아닌 직원들에게서 나와야 한다고 이 회사 토니 셰 대표는 믿는다. 그는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법은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설파한다. 놀이동산 느낌의 사무실 분위기, 친구와 수다 떨듯이 고객과 20분 넘게 이야기 나누는 콜센터 직원들…. 이렇게 아래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명랑한 분위기가 결국 회사의 활력과 성장을 견인한다.한국콜마는 1990년 직원 3명으로 시작해 20여 년 만에 직원 1000여 명, 매출 3000억원의 중견 대기업으로 컸다. 윤동한 회장은 ‘퇴직 면접’으로 유명하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임직원들을 만나 사직의 변을 듣는다. 무엇이 못마땅했을까 꼼꼼히 메모했다가 개선과제로 삼는다.

이들 세 회사를 관통하는 건 무얼까. 바로 ‘행복경영’이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직원과 고객, 나아가 사회 전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쑥쑥 자라난 기업들의 기록이다. 그런데 웬 행복경영? 글로벌 금융위기다, 중국 경착륙이다, 복합불황이다, 가계부채 폭탄이다 해서 국내외 기업경영 환경은 살벌하기 그지없는데 행복경영이라니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너도나도 비상경영에다 해병대 극기훈련이 유행이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달음질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직원의 행복과 사내 소통에 힘써 자연스레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근무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급할수록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약사 머크의 조지 윌리엄 머크 전 회장은 “의약품은 환자를 위한 것이지 결코 이윤을 위한 게 아니다. 이윤은 부수적으로 뒤따른다”고 말했다. 미국 시어스백화점은 한때 인건비를 고정비로 간주해 매출이 줄 때마다 임시직으로 대체해 나갔더니 고객 서비스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신뢰가 무너지고 누적 손실을 겪은 뒤 비로소 직원 만족→고객 만족→ 실적 호전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되찾았다.

필자는 온라인 교육 전문기업 휴넷을 99년 창업한 뒤 한 가지 주제에 줄곧 몰두해 왔다. ‘많은 초일류 기업이 그렇게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수백 권의 경영서를 탐독하고 초일류기업들의 숱한 성공 사례를 공부한 결과 ‘행복경영’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았다. 지속성장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초일류기업들은 경영·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이 이윤 극대화에만 목을 매지 않고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집단의 행복을 두루 추구했다.

이런 깨달음을 나 혼자 간직할 게 아니라 많은 이와 나누자는 소망을 담아 2003년 10월 ‘행복한 경영이야기(행경)’ e-메일 서비스를 띄웠다. 세계적 경영 구루(Guru)나 각계 명사의 어록을 엄선해 ‘촌철활인(寸鐵活人)’이라는 간결한 해설을 덧붙여 매일 아침 발송했다(사진). 그러던 것이 9년 만에 2000회를 돌파한 시점에서 보니 회원 수가 180만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행복경영이란 화두에 왜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렸을까.

단순히 경영철학이나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이란 점을 방증한다.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는 ‘행경’ e-메일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골라 사내 인트라넷에 띄우곤 한다. 이현승 SK증권 대표, 박웅호 전 아가방 대표, 강영중 대교 회장도 행복경영을 경영 모토로 삼았다. 아시아나항공 1만여 직원은 사장이 추천한 ‘행경’ 메일을 받아 본다고 한다.
바로 우리 회사가 이윤 극대화가 아닌 행복 극대화에 힘쓴 데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는 사례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e-메일 통신은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이라는 무형자산으로 축적됐다. 이는 휴넷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매출·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최근 ‘행복한 인문학당’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고객들은 많은 성원을 보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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