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최악 노다의 외교 도박

중앙일보

입력 2012.08.24 02:18

업데이트 2012.08.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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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2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과 관련해 “사죄와 (발언) 철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에 “이 대통령이 (역으로) 사죄와 발언 철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다 총리는 2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14일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 발언과 관련해 “상당히 상식에서 일탈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 정부가 이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한·일 간 대립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노다 총리가 말한 ‘사죄’는 ‘사과’나 ‘오와비(お<8A6B>び·사과보다 다소 강한 표현)보다 더 강한, 법적인 책임까지 갖는 단어다. 일본은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무라야마 담화’, 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파트너십 공동선언’, 2000년 간 나오토(菅直人)의 ‘간 담화’에서는 ‘사죄’란 표현을 하지 않고 ‘오와비’란 단어를 써 한국 측의 반발을 샀다.

 노다 총리는 또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해양국가인 일본으로선 영토·영해와 관련해 발생하는 사안에는 불퇴전(不退轉·신념을 갖고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음)의 결의를 갖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말 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쾌하지만 무시하겠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정부는 또한 노다 총리의 서한을 일본에 반송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노다 총리 서한이) 이명박 대통령이 시마네현 다케시마에 상륙했다는 내용이 세 번이나 들어가는 등 용인할 수 없는, 부당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서한을 수용할 경우 한·일 간 문서의 기록이 남을 수 있어 반송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 정상이 보낸 서한을 반송한 것은 처음이다.

 일 외무성은 그러나 반송 서한의 접수를 거부했다. 서한을 반송하기 위해 외무성을 찾은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차량은 경비원이 가로막아 외무성 정문도 통과하지 못했다. 노다 총리는 “(한국 정부의 반송 방침은) 더할 수 없이 냉정함을 잃은 행동”이라며 한국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수교국 간에 문서 반송을 거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문서 수발 경로까지 차단한 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수신을 원치 않으면 원 발신자가 회수하는 게 외교 관례를 떠나 상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반송 거부에 따라 서한을 이날 일본 내 우체국을 통해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일본의 강경 대응은 다음 달 21일 민주당 당 대표 선거와 10월 예정인 중의원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란 측면도 있다. 총리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19%, 지지통신 17일 조사)에 허덕이는 노다로선 난국을 타개할 새 동력이 절실하다.

◆노다 오늘 독도 기자회견=노다 총리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독도 문제와 서한 반송 관련 일본의 주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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