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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실수" 경고에도 이란가는 반기문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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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반기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만류를 무릅쓰고 이란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유엔 대변인실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9~31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제16차 NAM 회의에 반 총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반 총장은 이번 회의가 개최국 이란을 포함한 참가국들과 지속가능 개발에 관한 ‘리우+20’ 정상회의의 후속조치, 군축, 분쟁 예방, 전환기를 맞은 국가들에 대한 지원 등 의제들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NAM 회의는 30여 개 비동맹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3년 주기의 회의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이번 회의에 참석한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도 꾸준히 참석해 왔다. 반 총장은 2009년 이집트 회의 때 참가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 개최지가 이란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 총장의 참석을 반대해 왔다. 두 나라는 핵개발 문제와 시리아 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해 유혈진압을 돕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이란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반 총장과 전화 통화에서 회의 참석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회의 장소가 부적절하다”며 반 총장의 참석은 “좀 이상해 보인다”고 만류 입장을 피력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반 총장에게 회담 불참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 총장이 회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유엔의 수장으로서 회피할 명분이 약한 데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직접 전달할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엔은 성명을 통해 “반 총장이 유엔 수장으로서 세계 평화와 안보 문제들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모든 비동맹 회원국과 외교적인 교류를 확대해야 하는 유엔의 책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참석 이유를 설명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도 회의 참가 여부가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는 걸 알고 있지만 가지 않는다면 시리아 문제와 핵개발 의혹 등에 대해 이란과 솔직히 얘기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이 참가를 결정하자 뉼런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반 총장이 이란 측에 그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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