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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감시 레이더 기지 … 미, 일본 남부에 추가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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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WSJ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의 핵심은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일본 남부에 있는 섬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라며 “이미 국방부가 일본 당국과 이 부분을 논의 중이며, 일본이 승낙하면 몇 달 안에 기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 경보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는 수천㎞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목표물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2006년부터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군 태평양사령부와 미사일방어국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추가로 세 번째 X밴드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곳도 물색 중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일부 국방부 관계자는 필리핀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논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 새로운 MD 체계를 구축하려는 이유에 대해 WSJ는 “남중국해 영토 분쟁 문제에서 공격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의 무게는 북한보다 중국 압박에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이 대함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자 미국에 비상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 수호에 필수적인 해군 항모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라는 수사를 붙였지만, 실제론 중국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염두에 둔 조치”라며 “아태 지역에 X밴드 레이더 기지 세 곳이 있으면 기지들이 하나의 호를 형성하면서 북한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을 보다 정확하게 추적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되면 ‘MD 모자’를 대만에 씌우는 셈이기 때문에 중국의 미사일 발사를 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또 단기적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해병 규모를 현재 1만5000명에서 1만9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춘 전투함을 지금의 26척에서 2018년까지 36척으로 늘리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60%가 아태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6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고공광역방어(THAAD) 미사일 포대 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미국의 경계 조치로 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일본 아오모리현에 X밴드 레이저 기지를 설치할 때도 반대했다.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미 중동 지역에서 운영 중인 MD 체계의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또 “일부 동맹국이 실시간 정보 교환을 거부하고 있어 미국의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최근 불붙은 한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 문제는 MD 체제의 통일된 지휘·관리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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