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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워크아웃 12년’ 대우일렉 우선협상대상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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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동부그룹이 대우일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우일렉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은 대우일렉 매각 본입찰에 참가한 3곳 중 동부그룹과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 21일 마감된 본입찰에 동부그룹과 삼라마이더스(SM) 그룹,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등 3곳이 참여했다. 이 중 동부그룹이 가장 높은 3700억원대 인수가격을 써넣었고 SM그룹은 3500억원대를, 일렉트로룩스는 29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캠코 지분 57.4%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5.37%)·외환은행(6.79%)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이다.

 동부그룹은 채권단과 추가협상을 거쳐 다음 달 초 본계약 체결의 사전단계로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후 2주간 실사를 거친 뒤 인수금액을 정해 늦어도 올 11월까지 본계약을 한다는 계획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FI) 두 군데를 영입해 51대 49의 지분비율로 컨소시엄을 형성했기 때문에 별도의 차입금 없이 대우일렉을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I는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국내 사모펀드인 CXC PE 등이다. 동부그룹은 2009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일정 기간 부채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재무구조개선협약을 맺은 상태여서 차입 대신 FI 영입에 주력해왔다. 동부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50조원이 넘고 한 해 매출이 30조원에 육박하는 동부그룹에서 이번 대우일렉 인수에 필요한 1000억원대 후반의 자금은 각 계열사를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김준기(68) 동부그룹 회장은 이날 그룹 임원회의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대우일렉은 그룹의 전자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적합한 회사이고,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눈여겨봐 왔다”며 “아직 인수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 이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일렉을 인수하게 되면 동부그룹은 그간 추진했던 전자산업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원료·소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사업체를 다 갖게 되는 것이다. 동부그룹은 1983년 반도체 웨이퍼 회사 코실을 설립했고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지금의 시스템반도체 회사인 동부하이텍을 키웠다. 이후 전자재료(동부CNI), LED(동부LED·동부라이텍), 산업·서비스용 로봇(동부로봇) 등으로 전자사업 영역을 넓혔다. 또 소재면에서는 동부제철이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냉연강판을 생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2000년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일렉은 2006년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과 첫 인수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매각이 무산됐다. 2008년 모건스탠리, 2009년 리플우드 컨소시엄에 이어 지난해 아랍의 가전업체인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에 이르는 데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인수하려는 업체의 자금사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방대한 사업 영역과 상대적으로 비싼 인수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바로 직전 엔텍합의 경우 인수가가 5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3000억원대로 떨어지면서 매각 성사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일렉은 지난해 1조6854억원의 매출과 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들어 벽걸이 드럼세탁기 등이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7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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