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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미국 사냥’ 맛들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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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 기업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분야인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문화의 첨병인 영화산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은 글로벌 경제와 중국 경제가 동시에 침체를 겪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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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인 다롄완다(大連萬達)가 지난 5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나 올해 초 중국의 대형 에너지 회사인 시노펙이 오일·가스 개발업체인 미국 데본(DEVON) 에너지의 셰일가스 개발사업 지분을 24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시노펙은 미 가스업체 체사피크와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 인수를 협상 중이다. 역시 중국의 에너지 기업인 해양석유총공사(시누크)는 캐나다 에너지 기업 넥센(Nexen)과 180억 달러 규모의 M&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자본의 미 에너지 기업 사냥이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시누크는 2005년 지금은 사라진 미국의 석유화학회사 유노캘 인수를 시도했으나 에너지 안보 위험을 우려한 미 의회의 반대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도 미국 벤처업체를 인수하려다 중국계 인수자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결국 무산됐다.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반기지 않는 미국 내 정서가 잇따라 중국의 M&A 시도를 좌절시킨 것이다.

 그러나 올 들어선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 시장의 문턱을 두드린 결과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한 규제 문턱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할 셰일가스 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중국 자본 진출의 배경이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광구 개발을 계기로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중국의 미국 기업 사냥이 활발해지면서 올 8월까지 중국 자본이 사들인 미국 자산과 기업 규모는 78억 달러(8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이런 추세로는 연간 89억 달러를 기록했던 2007년 실적을 경신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은행의 아시아 M&A 최고책임자 조 갤라거는 “중국이 에너지와 자원 분야를 거침없이 사들이는 것은 중국 경제가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라며 “중국 경제는 이제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다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미국 인수가 러시를 이루면서 미국계 투자은행들도 바빠졌다. 골드먼삭스·씨티그룹·크레딧스위스 순으로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M&A 실적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셰일가스 일반적인 천연가스보다 훨씬 깊은 지하 3000m 깊이에서 모래와 진흙이 굳어진 혈암(shale rock)에 펑퍼짐하게 갇혀 있는 가스. 1990년대 말 이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석유와 달리 셰일가스는 미국과 중국에 세계 매장량의 60%가 있다. 메탄(70~90%)과 에탄(5%)이 주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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