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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독도 ICJ 공동 제소’ 제의 … 정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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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각수 주일 한국 대사가 17일 일본 외무성을 나서며 취재진이 들이민 마이크를 손으로 가로막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은 이날 신 대사를 불러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고 제안하며 “동시에 1965년 한·일 간 교환 각서에 따른 조정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도쿄 로이터=뉴시스]

일본이 17일 한국에 다각적인 외교 압박을 가했다. 유엔 문제에서 경제분야까지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하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내민 카드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상은 이날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독도 문제를 ICJ에 함께 제소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1954년과 62년에 이어 50년 만의 일이다. 이에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두 차례의 경우 일본은 이 선에서 머물렀다. 이번엔 좀 더 나아갔다. ‘단독 제소’와 ‘제3자 조정’까지 동시에 거론했다. 물론 일본이 단독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일본 측은 “단독 제소를 하게 되면 한국이 재판을 거부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생긴다”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일본의 주장이 정당함을 널리 호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국제법상 설명할 의무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제안을 거부하자 이날 오후 “당당히 응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 방문 및 일왕 사죄요구 발언에 항의하는 서한을 주일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또 “독도 문제를 ‘조정’에 의해 풀자”고 제안했다. 65년 양국 간에 교환한 ‘분쟁해결에 관한 각서’에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안 될 경우 양국 정부가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조정에 의해 해결을 도모한다’고 돼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독도 문제에 분쟁이란 없으며, 따라서 분쟁해결 대상도 못 된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일본 대응은 어차피 예상했던 카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염려되는 대목도 있다. 한국 정부가 독도에 대한 ‘조정’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일본 측에 양자협의 수용과 ‘조정’을 검토하는 게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위안부도, 독도도 조정에 넘기자’고 나올 경우 국제사회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또 올 10월 유엔총회에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임기 2013~2014년)을 선출할 때 후보국인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일 언론들은 “일 정부 내에 ‘한국이 독도를 ICJ에서 해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만큼 유엔 비상임이사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가 거세지고 있다”고 자극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미 한국은 선출에 필요한 지지표를 확보한 상태”라며 “게다가 일본이 추후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할 경우 한국이 보복할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섣불리 실행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재무상은 이날 한·일 간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축소할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은 너무나 예의가 없고 일본 국민의 감정을 거스르는 것으로 간과할 수 없다”며 “어려운 한국 경제상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던 것인데 아쉽다”고 한국 측을 자극했다.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 기한(700억 달러·10월)을 연장하지 않고 애초의 130억 달러로 되돌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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