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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레이에 짐 넣어보니 쏘나타보다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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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차 레이에 수납할 캠핑 장비를 한 줄로 세웠다. 왼쪽부터 코펠과 랜턴 가방, 대형 침낭, 가스버너, 바닥깔개, 접이식 의자(4개), 랜턴걸이대, 테이블, 그늘막, 취사도구 가방, 다용도 가방, 전기 케이블, 아이스 박스, 쿨매트, 텐트 깔개, 침낭 가방, 텐트. 2열 의자를 접었더니 20개의 짐을 차곡차곡 넣을 수 있었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고물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30, 40대 가장들의 취미 생활은 팍팍하기만 하다. 뭘 하나 사려 해도 ‘마눌님’ 눈치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오토 캠핑만큼은 예외라고들 한다. 식구들과 추억을 쌓는 캠핑에는 손쉽게 지갑을 열곤 한다. 그래선지 불황 속에서도 ‘캠핑과 아웃도어만큼은 호황’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캠핑은 또한 중독성이 크다. 한 번 빠지면 장비를 추가로 구입하는 것은 물론 주변 지인까지 캠핑장으로 끌어들이곤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캠핑에 나서는 걸 보면서도 입문자들이 쉽게 따라나서지 못하는 데는 장비가 만만찮다는 점이 한몫한다. 또한 이런 짐을 실을 자동차도 문제다. 캠핑 경력 7년차 기자가 자동차전문사이트인 카미디어(carmedia.co.kr) 장진택 기자와 함께 ‘경차에도 잔뜩 짐을 실어 떠날 수 있는 실속 캠핑’을 기획해 봤다.

SUV 부럽지 않은 놀라운 변신이다. [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캠핑장은 전국 곳곳에 매달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다. 펜션을 하다 캠핑장으로 바꾼 곳부터 전원주택 분양이 안 된 택지를 캠핑장으로 쓰는 곳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캠핑에 맞는 요리까지 속속 등장해 요즘 한국은 캠핑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캠핑 초보자들이 짐을 꾸릴 때면 그 분량에 적잖이 놀라는 경우가 많다. 텐트·침낭과 그늘막(타프), 가족 숫자에 맞춘 편안한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코펠과 버너, 아이스박스, 생활 공간을 밝혀줄 각종 랜턴만 챙겨도 웬만한 중형차의 트렁크는 꽉 찬다.

이 때문에 통상 캠퍼들은 적재공간이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레저차량(RV)을 선호한다. 하지만 경차로도 충분히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올해 7월 국내 경차 보급대수는 130만 대를 넘어섰다. 어떻게 활용할지만 알면 경차도 훌륭한 캠핑 수단이 될 수 있다.

 아웃도어 정보신문인 바끄로(baccro.com)의 김진원 편집장은 “초보자들은 짐을 챙길 때 ‘무조건 가져가고 보자’는 식이라 늘 짐이 넘쳐난다”며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장비만 챙긴 뒤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씻기도, 잠자리도 불편한 캠핑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적당한 불편함 속에서도 가족·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임을 명심하란 얘기다.

 취재팀은 지난 11일 ‘적재 공간이 적다’는 오해(?)를 사는 경차와 중고장비를 이용한 1박2일 실속 캠핑을 떠났다. 경차는 올해 출시돼 인기를 모으는 기아 레이(998cc)와 한국 경차의 효시인 한국GM 스파크(995cc)로 골랐다. 장비는 텐트부터 의자까지 대략 15개 품목을 50만원 정도에 중고로 구입했다. 또 한 세트는 중저가 기획상품을 역시 50만원에 구매했다. 장소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충북 청원군 금관절경 캠핑장으로 정했다.

경차 스파크의 지붕에는 대형 캐리어를 달아 침낭과 텐트를 실었다. 나머지 15개의 짐은 트렁크와 앞 좌석에 쏙 집어넣었다.

짐 챙길 땐 욕심을 버려라

 우선 경차에 짐 싣기다. 먼저 실을 짐을 한 줄로 나열해 봤다. 개인용 가방까지 합쳐 모두 18개다. 레이는 상자 모양의 박스카여서 웬만한 소형차 트렁크보다 적재 공간이 넓다. 천장이 높고 짐을 싣는 바닥이 네모나서다. 6대 4로 분할되는 뒷좌석 한쪽을 접었다. 트렁크 바닥에는 면적이 넓은 테이블과 텐트 깔개를 싣고 덩치가 큰 텐트와 타프를 위에 올렸다. 그 위에 길이가 긴 의자 4개와 랜턴걸이대를 차곡차곡 얹었다. 또 다른 덩치인 아이스박스는 접은 시트에 넣고 여기에 각종 가방과 버너를 실었다. 10분 동안 20개의 크고 작은 짐들이 힘들이지 않고 레이 안에 쏙 들어갔다. 쏘나타급 중형차에 넣어봤더니 겨우 들어갈 정도의 분량이었다. 박스카의 매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어른 세 사람이 탑승했다.

 다음은 스파크 차례다. 트렁크 문을 아래에서 위로 여는 해치백 스타일이라 적재 공간이 레이보다는 비좁다. 지붕에 별도의 캐리어를 달았다. 경차라면 40만원대 캐리어도 충분하다. 캐리어에는 부피가 큰 텐트와 침낭을 실었다. 나머지 짐은 트렁크와 앞좌석에 나눠 실었다. 유아용 카시트를 뒷좌석에 장착했다. 그리고 어른 2명, 초등학생, 유아가 탑승했다.

 이제 출발이다. 경차에 짐을 가득 실었더니 넓은 유리창에 삐져 나온 짐들로 폼은 나지 않지만 실속파라는 생각에 기분은 뿌듯하다. 시내를 빠져 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꽉 찬 짐에 에어컨까지 켠 데다 세 명 이상 탑승하다 보니 가속은 더뎠다. 하지만 중부고속도로에서도 힘은 좀 달렸지만 다른 차들과 마주 보며 달리는 게 가능했다. 옆 차선을 지나가는 차들이 캠핑장비를 잔뜩 실은 경차를 희한한 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봤다.

 두 시간 반을 달려 캠핑장에 도착했다. 부근의 캠퍼들이 경차에서 장비를 내리자 궁금한 듯 모여든다. 먼저 그늘막부터 설치했다. 이어 텐트를 완성하고 화로대 같은 취사도구를 설치했다. 장비 설치에 40여 분 남짓 걸렸다. 텐트가 완성됐을 때 마침 소나기가 쏟아졌다. 바비큐를 하기 위해 숯에 불을 붙이자 더위가 엄습했다. 전기 케이블을 자동차 시가 잭에 연결해 선풍기를 가동시켰다. 경차지만 쓸모는 SUV에 뒤질 게 없다.

 줄곧 옆에서 지켜본 캠핑 경력 5년의 조성출(43)씨는 “주거공간을 캠핑장에 그대로 옮긴다는 식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캠핑은 구시대적”이라며 “경차에 들어갈 만큼 짐을 적당히 꾸리는 게 베스트 캠퍼의 지름길”이라고 거들었다.

 

실속 있는 장비 구입 방법은

 오토캠핑을 즐기려면 초반부터 100만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간다.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하면 몇백만원이 훌쩍 넘고, 고가 명품으로 갖추면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텐트만 2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이런 초반 비용 부담을 덜어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용품 대여점을 이용하는 것. 텐트 대여에 하루 3만~5만원 정도, 코펠이나 가스 버너 등은 각각 5000~1만원에 빌릴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가게 될 캠핑이라면 대여점 이용도 권할 만하다. 성수기나 주말 대여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므로 몇 주 전에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인터넷에 ‘텐트 대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여러 업체들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는 방법보다는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수령하는 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비 올 때를 대비해 방수 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둘째는 중고품이다. 친구들 손에 끌려 덜컥 고가 장비를 구입했다가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되파는 사람들도 꽤 있다. 잘만 사면 새 제품 못지않게 뿌듯하지만 위험 부담도 있긴 하다.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 간 직거래이기 때문이다. 멋진 물건을 좋은 가격에 차지하려면 부지런하고 꼼꼼하게 손품을 파는 방법밖에 없다. 인터넷 오픈 마켓이나 동호회 카페 등을 기웃거리는 것도 방법이다. 구입한 지 1~2년 된 신제품급 중고는 소비자가격의 50% 선이 적당하다.

 마지막으로 저가 기획상품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2~3년 쓰다가 제대로 된 장비로 조금씩 바꾸겠다는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주로 인터넷 오픈 마켓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설거지통이나 바닥 매트, 침낭처럼 몸에 직접 닿거나 안전에 민감한 제품이 아니라면 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저가 제품은 전반적으로 조악하고 내구성이 떨어져 큰 기대는 접는 게 좋겠다.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쉽게 파손되거나 녹이 슬어 못 쓰게 되는 물건도 더러 있다. 무게를 지탱하는 금속류는 잘 살피고 구입해야 한다. 특히 가스 램프와 토치 같은 제품은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저가 제품 구입을 삼가야 한다.

 캠핑 동호회나 카페 등에 활발하게 올라오는 제품 사용후기를 꼼꼼하게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싸고 좋은 제품을 고르는 안목뿐 아니라 알찬 공동구매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실속 캠핑을 준비한다면 캠핑 동호회부터 기웃거리는 게 똑똑한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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