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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독면 보급하고 방공호 정비 … 이스라엘, 이란 공습 준비 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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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란과의 전쟁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미국 대선(11월 6일) 전에 이뤄질 수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이스라엘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가고 있다고 독일 일간 디벨트가 현지 르포 기사로 전했다.

 마탄 빌나이 전 이스라엘 민방위장관은 “(전쟁이 나면) 여러 개 전선에서 30일가량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그 경우 500명가량의 이스라엘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빌나이 전 장관은 “어느 때보다 이스라엘의 방비 태세가 잘 돼 있어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란과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자치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는 20만 발 이상의 로켓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은 12~16일 닷새간 문자 메시지(SMS)로 적의 미사일 공격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경보 시스템 시험 가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히브리어와 아랍어, 영어, 러시아어 4개 언어로 제공하며 다음 달 본격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시 정부는 적의 미사일 공격 시 지하 주차장 60여 곳을 방공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총 연면적 85만㎡에 화장실과 상수도를 구비해 최대 8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시의 비상사태 대비 책임자 모세 티옴킨은 “공공 방공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400만 유로(약 5억6000만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전쟁 준비도 시작됐다. 이스라엘의 가스마스크 보급률은 55%에 이르지만 군은 가스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안내문과 함께 5유로에 가스마스크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티옴킨 의원은 시민들에게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전쟁에 대비해 식수·기저귀·전지·분유 등 생필품 비축에 나선 이스라엘인도 있다.

 과거 중동전쟁 때처럼 해외 교민의 참전도 시작됐다. 14일 미국·캐나다 거주 유대인 350여 명이 이스라엘에 도착했고 이들 중 젊은 남녀 127명이 이스라엘군에 입대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들을 환영했고, 공항에서는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환영 인파가 몰려들었다.

 물론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500여 명의 교수들과 퇴역 군 인사들은 16일 공군 조종사들에게 일방적 공격 개시를 거부하라고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군사역사가 마틴 반 크레벨드는 “이런 전쟁의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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