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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부실 비율 6년 만에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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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가계대출 부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올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중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이 0.76%라고 15일 밝혔다. 이는 2006년 9월 말 0.81% 이후 거의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7%로 2006년 6월(0.71%) 이후 최고치다. 특히 아파트 분양현장 등에서 한꺼번에 나간 집단대출은 부실이 1.37%에 달했다. 양현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기업 대출 중 부실이 난 것도 대부분 건설업·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분야”라며 “기업과 가계대출 모두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채권 비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데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 상대적으로 부실 채권이 많아 보인다는 것.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채권 잔액은 올 상반기에 27%가 넘게 늘어난 반면, 대출 잔액은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부실채권 비율의 분모가 되는 대출 잔액이 크게 늘지 않으니 부실 비율이 확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밑바닥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신용카드 대출에서도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 6월 말 신용카드 부실채권 비율은 1.61%로 2006년 9월(1.84%) 이후 가장 높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대출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밑바닥 경기가 그만큼 얼어붙고 있는 걸로 봐야 한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제1금융권까지 부실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부실을 털어내느라 당분간 출혈이 클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은행은 10조3000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아예 못 받을 돈으로 여겨 대손상각 처리한 채권만 3조5000억원어치다. 2008년 한 해 국내 은행의 대손상각 규모(4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대손상각 비용은 모두 손실로 잡히는 만큼 은행권 영업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양현근 국장은 “당분간 은행이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본다”며 “은행별 목표치를 할당해 부실채권 비율을 관리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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