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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떠나는 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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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북 전주시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모(50·여) 교사는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 교사는 “막내 아들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일이 적지 않는데다 날이 갈수록 가중되는 업무 때문에 교단을 지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환경이라면 교사로서의 자긍심이나 각오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정년이 10여년 가량 남은 박모(52·여) 교사도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걱정스럽다”며 최근 사표를 던졌다. 그는 인근 학교 동료교사가 중학생에게 폭행과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듣고 병가를 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은퇴 결심을 굳혔다고 덧붙였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늘고 있다. 교육환경의 변화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갈수록 위축되는 교권에 한계를 느끼는 교사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명예퇴직하는 교사가 218명에 이른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75명보다 43명(25%)이 늘어난 수치다. 교원 명퇴자는 몇년째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173명, 2009년에는 121명이 교단을 떠났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명예퇴직 교사는 전체 4743명에 달한다. 이 같은 명퇴 규모는 최근 몇년 새 가장 많은 규모다. 2009학년도 명퇴 교원수는 2922명, 2010학년도 4184명, 2011학년도엔 4151명이 교단을 떠났다.

 교사들이 교단을 계속 떠나는 것은 개인사정도 있지만 학교폭력 등 학생지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교권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움직임 등 학생인권에 대한 목소리는 높지만,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적어 교사들이 자긍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명예 퇴직한 박모(58)씨는 “최근 들어 교사의 지도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반항하거나 대드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 학생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사들의 자긍심이 사라지면서 교단에 서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에 명퇴를 신청하는 교직자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한국교총이 교원들의 명퇴가 늘어나는 원인을 분석한 설문조사에서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4.9%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70.7%는 어려움을 느끼는 교육환경 변화로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을 꼽았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권추락 등 교육환경이 급격히 변화면서 정년까지 교단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고 있다”며 “교과부 역시 예산을 증액하면서 명예퇴직을 권장하고 있어 앞으로 당분간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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