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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얼굴이 반쪽 된 페이스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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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CEO 마크 저커버그

1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CEO 마크 저커버그)의 주가가 전날보다 5% 이상 떨어졌다. 20.38달러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20달러 선을 지켜냈다. 기업공개(IPO) 후 3개월도 안 돼 주가가 공모가(38달러)의 반 토막이 났다. 먼저 주식시장에 데뷔한 그루폰·징가 등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공모가보다 70% 넘게 하락했다. SNS 기업 ‘수난시대’다. 2000년대 인터넷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던 ‘닷컴 버블’이 떠오를 정도다.

 
페이스북 주가가 이미 반 토막 났지만 아직도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 16일부터 보호예수가 풀리기 때문이다. 보호예수는 상장 직후 대주주나 기관투자가 등이 주식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초기 투자자가 보유한 잠재 매물 20억 주가 시장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매물 리스크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지난해 이후 상장한 페이스북·그루폰·징가 등 주요 SNS 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고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들의 몰락이 본격화된 것은 페이스북이 상장되면서다. 페이스북의 상장은 2004년 구글 이후 가장 큰 기대를 모은 IPO였다. 그러나 주가는 한 번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9억 개의 페이스북 계정 중 가짜나 중복된 것이 8300만 개에 이른다는 소식은 투자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루폰의 주가 하락폭은 더 크다. 13일 그루폰은 미국 뉴욕 증시 마감 후 2분기 매출이 5억683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기는 했지만, 1분기 89%에 이르는 매출 증가율에 비해선 크게 감소했다. 3분기 전망도 시원치 않다. 실망스러운 실적에 14일 주가는 27% 급락했다.

 ‘소셜게임 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징가는 사정이 더 나쁘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은 2280만 달러(약 260억원) 적자였다. 3분기 연속 적자다. 여기에 주주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겹쳤다. 징가가 경영악화를 숨기려고 게임 이용자 수와 매출 감소액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긍정적인 전망만을 내놨다는 게 주주의 주장이다. 또한 마크 핀커스 최고경영자(CEO)는 보호예수 기간에 주식을 팔아 2억 달러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항의한다.

 SNS 기업의 수난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돈 못 버는 닷컴 기업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다. 수억 명에 이르는 가입자와 장기 성장성을 믿는다지만, 당장의 실적 부진을 예사롭게 넘기지 못한다. 페이스북의 9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 숫자보다는 1억5000만 달러라는 2분기 손실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들 SNS 기업이 변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가 페이스북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소로스 펀드가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거래 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소로스펀드는 골드먼삭스와 JP모건 주식을 모두 팔고 대신 페이스북 주식 34만1000주를 신규 매수했다. ‘돈 냄새’에 민감한 소로스의 투자 소식은 SNS 기업에 간만에 전해진 희소식이다.

 페이스북도 최근 모바일을 통한 사업으로 불안감 떨치기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 26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모바일이 페이스북이 초점을 맞추는 주요 영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페이스북은 모바일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모바일 앱’ 광고를 삽입하겠다고 밝혔다. 광고를 클릭하면 애플리케이션(앱)을 바로 다운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번 조치는 모바일에서의 첫 수익모델로 평가된다. 온라인 도박 사업에도 진출했다. 영국 온라인 게임업체 게임시스와 손잡고 18세 이상 사용자가 실제 돈을 걸고 벌이는 ‘빙고 게임’을 선보였다.

 변신의 노력 덕분인지 SNS 기업의 미래를 밝게 보는 이들도 여전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0년대 닷컴 버블은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징가 등 몇 개 기업만의 문제”라고 말했다. SNS 기업의 수익 모델이 닷컴 버블 당시의 기업보다 탄탄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디딧(Didit)의 공동 창업자인 케빈 리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NS는 지금 성장통을 앓고 있다”며 “시선을 끌고 납득할 정도 수준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만 한다면 여전히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투자를 늘린 이들도 있다. 미국 온라인 DVD 렌털업체인 넷플릭스의 CEO이자 페이스북의 이사이기도 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8일 페이스북 주식을 5만 주 가까이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PO 이후 페이스북의 주식을 매입한 관계자는 헤이스팅스가 유일하다”며 “회사 관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도 2620만 주(1.7%)의 페이스북 주식을 팔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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