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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께 닥쳐올 ‘A 공포’… 김치 물가, 미리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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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하늘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가뭄·폭염·폭우로 이어진 날씨 변덕이 물가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 가뭄이 촉발한 국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전체 물가 상승)과도 맞서야 한다. <7월 31일자 10면>

정부는 15일 올해 농수산물 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을 1474억원 증액해 2조3496억원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기금 관리가 깐깐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다. 곡물 수입 관련 금융 지원 규모도 3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린다. 당장 급한 불은 돈으로 끄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첫 조준점은 ‘김치 물가’다. 이번에 증액된 농안기금의 상당수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무·양파·마늘 등 양념 채소에 투입될 예정이다. 가을 김장 비용이 오르는 걸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국제 곡물가는 4~7개월 후 국내에 영향을 준다. 김장철이 지나는 바로 그 시점부터다.

정부 관계자는 “김장 비용이 늘어난 상태에서 곧바로 곡물가 상승과 맞물리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0~2011년 배추값 폭등으로 배추가 농산물 물가의 상징적인 상품이 된 점도 정부가 김치 물가에 민감한 이유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사료용으로 쓸 수 있는 풀·볏짚 등은 다 끌어모으기로 했다. 국제 곡물가 상승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분야가 사료이기 때문이다. 군 비행장 인근의 풀밭 등이 대상이다. 버려지는 볏짚도 수거 대상이다. 볏짚 20만t을 추가로 확보하면 사료 13만t(678억원)을 아끼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이 같은 단기 대책 외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변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국제 곡물가 급등은 일곱 차례 있었다. 2008년 이전까지 급등기는 7~12년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이 주기는 3년2개월(2008년 6월~2011년 8월), 1년1개월(2011년 8월~2012년 7월)로 줄었다.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높은 곡물 가격과 큰 변동성은 곡물 시장의 트렌드(경향)로 정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특히 이런 상황에 취약하다. 밀과 옥수수의 자급도는 각각 0.8%(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콩은 8.7%다. 국내도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변동이 구조화되고 있다. 온난화로 고랭지 채소 재배 면적인 줄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랭지 무와 배추 재배면적은 2001~2007년 40%가량 줄었다.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농업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안정적인 해외 수입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물 중심의 수입 관행도 선물 거래 등으로 전환해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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