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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근영의 그림 속 얼굴

모나리자 도난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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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8월 22일은 ‘모나리자’의 두 번째 생일이다. 1911년 이날, 루브르 박물관은 “어제 모나리자를 도난 당했다”고 발표했다. 사라진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도난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박물관에서 ‘찬밥’이던 작품이었다. 언론은 연일 루브르의 관리 소홀을 질타하는 한편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이를 통해 루브르의 수많은 작품 중 하나일 뿐이었던 이 그림이 대표 소장품이 됐다. ‘대체 어떤 그림이기에’라는 호기심이 번졌다. 급기야 모나리자가 걸려 있던 빈 벽을 보겠다는 사람들까지 몰렸다.

 경찰은 그림 도둑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파리 예술계의 스타였던 시인 아폴리네르와 화가 피카소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상상력을 마비시키는 박물관은 전부 파괴해야 한다”며 모더니즘 미술운동을 선도했다는 이유였다. 2년3개월이 지나고, 세상이 이 사건을 잊을 무렵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은 루브르에서 모나리자 보호 액자를 제작할 때 유리공으로 일한 빈센초 페루자.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그림을 10만 달러에 팔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탈리아인인 그는 모나리자가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에 격분해 그림을 훔쳤다고 강변했다. 재판 결과 7개월9일의 형을 살았고, 그림은 루브르로 돌아갔다.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 다 빈치가 직접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에게 판 그림이기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엔 연간 80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모나리자 어딨어요?”란다. 그래서 박물관은 곳곳에 ‘모나리자, 라 조콩드(La Joconde)’라는 화살표 표지판을 세워 뒀다. 그림의 주인공은 피렌체 상인 조콘도의 아내. ‘모나’는 이탈리아어로 부인, ‘리자’는 이 여성의 이름이다. 화살표를 따라 모나리자로 향하는 관객들의 행렬은 수백 년간 미소를 잃지 않은 미인을 경배하는 긴 줄처럼 보인다. 과거 궁전이었던 이 박물관의 높은 천장 아래 걸린 중세와 초기 르네상스 회화를 따라 모나리자에 이르는 길은 미술사의 파노라마다. 이전의 그림들은 마치 이 미인도의 완성을 위해 존재했다는 듯 도열해 있다.

 가로 53㎝, 세로 70㎝로 크지도 않은 이 그림은 두 장의 비반사 3중 접합 방탄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앞에서 관객은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루브르의 수많은 걸작 중 유독 이 그림에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그림에서 끝없이 이야기가 샘솟기 때문일 거다. 신비한 미소, 도난 사건, 그리고 현대 미술가들의 숱한 패러디까지. 모나리자는 살아 있는 그림이다.